윤석열 지지율 고공행진에 거리두는 국민의힘…정치프레임 경계

김연지 기자|2020/12/02 18:09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기록하면서 야당인 국민의힘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 총장의 직무복귀를 환영하면서도 야권의 유력 대권 후보로 떠오른 윤 총장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살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 지도자로 누가 적합한지’를 물은 결과 윤 총장이 적합하다는 응답이 24.5%로 가장 많았다. 윤 총장은 처음으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p) 안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윤 총장에 대한 정권 차원의 자진사퇴 압박이 법치 유린이라 주장하며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면서도 윤 총장의 정치입문에는 선을 그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라디오에서 ‘추미애·윤석열 갈등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경질하고 윤 총장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또 주 원내대표는 “윤 총장이 정치를 ‘안 한다’가 아니라 ‘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살고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이 보장되는 길”이라고 분명히 했다.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데 대해 주 원내대표는 “중립적이어야 할 현직 검찰총장을 대선후보군에 넣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면서 “조사 대상에서 빼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야권에서 영입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내일의 일을 말하면 귀신이 웃는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우리 당도, 윤 총장도 법치를 바로 세우는 데 매진해야 한다”면서 “윤 총장이 나중에 정치를 하는 것은 개인의 결단 문제이고, 지금은 검찰총장으로서 직무수행을 충실히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인 윤석열에 대한 기대를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다.

윤 총장이 ‘법치주의와 헌법정신’을 주장하며 추 장관과 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윤 총장을 향한 야당의 러브콜이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읽힌다. 6개월 넘게 임기가 남은 윤 총장이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밝힌 것도 아닌 만큼 당내 주자들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게 우선이라는 ‘자강론’도 깔렸다.

당 안에서도 윤 총장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현역 의원들이 모인 카톡방에서는 중진들 간에 “윤 총장을 살리기 위해 총력 대응해야 한다”, “아니다, 자력갱생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설왕설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당분간 윤 총장과의 관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며 정부·여당의 ‘윤석열 찍어내기’를 비판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