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국정감사용 경영개선안 사실상 거짓 보고

본지 단독 입수…위기 면피성 꼼수

최서윤 기자|2020/12/18 06:00
KAI 개발센터 전경 /KAI
항공기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국회 국정감사 대비용으로 제출한 자구안이 사실상 거짓으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팀장급 이상 임금 10% 지급 유보와 우리사주 의무적 매입 등 비용절감 대책이 실행되지 않았음에도 ‘기 시행 사항’에 올리는 ‘거짓문건’을 작성했다. 당장의 국정감사를 모면하기 위한 ‘면피성 꼼수’라는 지적이다.

17일 본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KAI의 ‘2020년 연간 전망에 대한 만회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KAI가 비상경영 대책으로 내놓은 ‘임원·실장·팀장 임금 10% 지급 유보 및 우리사주 의무적 매입’이 ‘기 시행 사항’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AI 내부원 취재 결과 임원·실장·팀장 임금의 10% 지급 유보는 임금이 아닌 수당의 50% 유보였다. 결과적으로 당초 예상했던 지급 유보금보다는 적은 금액만 내놓는 셈이다.

‘우리사주 의무적 매입’도 사실과 달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우리사주의 지분율은 1.62%로, 최종변동일은 지난해 12월31일에서 멈춰 있다. KAI 관계자는 “주식은 개인의 선택이라 강제할 수 없는데 의무적이란 말은 맞지 않는다”며 “임직원들에게 우리사주를 매입하라고 안내 정도만 한다”고 말했다. KAI 내부에서 수립한 이익 개선 대책을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전 직원 대상 ‘의료비·근속휴가비·경조금·부임비 등 지급 유보’도 최근 KAI가 지급을 미룬 해당 비용을 이달 내 모두 지급하기로 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 보고서는 지난 2월 KAI 최대주주 한국수출입은행이 경영 악화에 따른 자구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뒤 7개월이 지난 올해 9월에서야 뒤늦게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10월 국감을 앞두고 임시방편으로 부랴부랴 내세운 자구안인 셈이다. ‘대국민 사기극’으로도 비칠 수 있어 향후 파장도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수은의 관리 감독 소홀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안현호 대표이사 사장의 도덕적 불감증에 대한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반기 이익개선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구안이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안 사장이 모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KAI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