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살해 처벌 미흡…재발로 이어져

10년간 110건 발생 '한달에 한번꼴'
징역 최대 10년에도 대다수가 집유
최대 사형선고 일반 살인죄와 대조
"범죄수법 날로 잔혹…법개정 시급"

임유진 기자|2021/01/18 16:41
지난해 서울 관악구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인근에서 수건에 싸여 있는 남아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교회 베이비 박스 인근 모습./사진=연합
갓 낳은 아기를 살해하는 영아 살해가 잊을 만하면 터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상 영아는 분만 도중이나 분만 직후 아이를 뜻한다.

현행법상 일반 살인죄는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다. 반면 영아 살해의 경우 최대 10년 이하 징역에 불과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눈도 못 뜬 갓 태어난 핏덩이가 절대적 보호자여야 할 친모에 의해 살해당하는 끔찍한 영아 살해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2019년 영아 살해는 110건, 영아 유기는 1272건에 달했다. 영아 살해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영아 유기는 한해 평균 127건 벌어지는 셈이다.
18일 경기 일산서부경찰서에 따르면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6일 탯줄도 안 뗀 신생아가 빌라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신생아는 발견 당시 알몸 상태였는데 얼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조사 결과 아기 엄마 A씨는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창밖으로 던져 숨지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A씨는 출산 여파와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일산서부경찰서 관계자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사안이나 피의자의 정신적·육체적 상황을 고려해 검찰과 신병 처리에 대해 상의 중”이라고 밝혔다.

◇신생아 변기에 넣어 살해·시신 택배로 배송…영아 살해 솜방망이 처벌

최근 5년 간 친모가 영아를 살해하는 범죄 수법은 더욱 잔혹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여러 감형 이유로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낙태하려던 아이를 낳자마자 변기에 집어넣어 숨지게 한 20대 초반 여성 B씨는 지난해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한 공유주택에서 출산한 영아를 이불로 싸서 살해한 혐의를 받는 C씨는 집행유예에 그쳤다. 30대 여성이 아이를 출산한 뒤 입을 막아 살해한 뒤 시신을 우체국 택배로 친정어머니에게 배송한 엽기적인 사건도 가해 여성이 징역 1년 선고를 받는 데 그쳤다.

존속 범죄와는 달리 영아 살해의 경우 느슨한 처벌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직계존속이 성범죄나 혼전임신, 불륜관계 등 치욕을 은폐하거나 양육할 수 없어 영아를 살해한 때는 일반 살인죄보다 감경해서 처벌하도록 규정하는 법조항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저항할 능력이 없고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영아 살해죄에 대한 처벌을 가볍게 해선 안된다는 여론이 크다. 이와 관련해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영아 살해죄 처벌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 의원은 “영아는 자신을 스스로 지킬 능력이 없기 때문에 보호자의 보호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영아를 살해한 직계존속에 대해 처벌을 감경하는 것은 영아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인명 경시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