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재판!] 시동 꺼진 차량 뒤로 밀려 사고…대법 “운전 아니다”
재판부 "운전자 관여 없이 경사진 도로서 차량이 뒤로 움직인 것…운전에 해당 안 해"
이민영 기자|2021/01/19 15:01
운전자의 의지나 관여 없이 경사진 도로에서 차량이 뒤로 밀려 움직였다면 이를 ‘운전’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당시 A씨는 지인 B씨에게 운전을 맡기려고 했으나 B씨는 해당 차량의 ‘스톱앤고 (Stop and Go)’ 기능에 익숙치 않아 시동을 꺼트렸다. 차량이 뒤로 밀리자 A씨는 다시 운전석에 타 차량 조작을 시도했지만 결국 차는 계속 뒤로 밀려 정차해 있던 택시 앞부분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차에 타고 있던 택시 운전자 C씨는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위험운전치상 혐의와 관련 “당시 승용차의 엔진시동이 꺼진 상태였고 후진 기어를 넣지도 않았다”며 “차량을 운전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A씨가 제동 장치를 조작하는 등 운전을 한 사실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운전석에 탑승한 후 충돌까지 차량의 후미 제동등 및 보조 제동등이 반복적으로 점등 및 소등됐다”면서 “A씨가 제동장치를 조작하면서 차를 운전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변속기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동차를 운전해 가려고 브레이크 페달 등을 조작하다 차량이 뒤로 진행됐다고 하더라도 변속레버를 후진기어에 놓지 않았다”면서 “A씨의 의지나 관여 없이 경사진 도로에서 차량이 뒤로 움직인 것으로 운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위험운전치상죄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음주운전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벌금을 4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