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새판짜는 정의선] 제네시스, 獨3사 넘으려면…‘최고의 품질·차별화된 브랜드 전략 필수’

대표차종 물음 26.5%나 "모르겠다"
美 본격 판매 등 글로벌 드라이브
브랜드 정체성 키워 인지도 높여야

이상원 기자|2021/02/02 06:00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전략의 핵심인 제네시스의 성공과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왔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대국민 리서치를 통해 확인한 결과 다수의 국민들은 여전히 제네시스의 고급화 전략에 아쉬워했고 ‘기아’의 사명변경 등 이미지 환기를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낮은 인지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제네시스의 성공엔 확실한 ‘품질’이 전제돼야 하며 특히 ‘스토리 텔링’으로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일 본지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현대차그룹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제네시스의 대표 차량으로 ‘G80’(30.9%)을 지목했다. 실제로 판매량도 가장 많아 지난해 제네시스 전체 판매량인 약 13만대의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6만대가 팔렸다. 현대차·기아의 대표차량으로는 ‘그랜저(29.5%)’, ‘K시리즈(45.8%)’가 꼽혔다. 모두 베스트셀링카로 도로 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차가 인지도도 높았던 셈이다.

이 가운데 제네시스는 올해 미국에서 본격적인 판매와 함께 중국 유럽에서도 론칭하며 해외 시장에서 평가를 앞두고 준비가 잘 됐는지 의문을 던진다. 이는 제네시스의 주력 시장인 국내에서 조차 국민 26.5%가 제네시스의 대표차종을 ‘잘 모르겠다’고 답할 정도로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현대차(14.8%), 기아(17.8%)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네시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부족에 대해 전문가들은 차량의 가장 기본인 품질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시장서 인정받는 이유에 대해 국민 28.7%는 ‘품질’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제네시스의 신차가 품질 논란을 겪으며 프리미엄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독일 3사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품질로 끌어 올려야만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과 함께 인식을 높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절대 명품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는 감각적이고 문화적인 감성이 브랜드에 잘 녹아내려야 하지만, 그 보다 최고의 품질이 우선시되야만 실질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화 전략이 아직 제네시스에 구체적으로 녹아내리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구매와 고객 서비스(A/S) 과정에서 여전히 현대차로부터 차별화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고객들은 제네시스 차량을 구입하고 서비스를 받기위해 여전히 현대차 지점과 블루핸즈를 방문해야 한다.

고급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품질을 바탕으로 고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텔링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교수는 “벤츠나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박물관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어떤한 고통과 역사를 통해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가 탄생됐는지를 알리고 또 인정받는다”면서도 “제네시스가 렉서스 등 비슷한 조건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따라간다면 그저 아류작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작과 지금까지의 과정은 좋다. 특히 라인업이 다양해 지면서 어느정도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략을 빠르게 실질적으로 실현시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급화 전략 핵심인 제네시스와 함께 올해 현대차그룹의 역점 중 하나인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 차원에서 지난 15일 기아는 기존 사명에서 ‘차’를 떼고, CI까지 새단장했다. ‘자동차 제조업’에 국한하지 않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게 가져가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국민 64.9%는 여전히 사명 변경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답하며 낮은 인지도를 보였다. 물론 새 CI는 3월 출시되는 K7 후속 모델에 처음으로 적용되는 만큼 접할 기회가 적은 탓으로 보인다. 다행히 사명과 로고가 바뀐 걸 아는 국민들의 69.5%는 브랜드 방향성과 일치한다며 긍정적 답을 내놨다. 현대차 역시 사명과 로고 교체가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국민 45.7%가 필요하다고, 42.4%는 부정적이라고 답해 팽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