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나서면 김치가 살아난다

김인희 기자|2021/02/25 06:00
김미경 은평구청장
‘Korea’s Kimchi, It’s for Everyone’(한국의 김치, 세계인을 위한 음식입니다)이라는 제목의 광고가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이 광고를 기획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김장하고 김치를 나눠먹는 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김치는 역사적으로 수천년간 이어져 온 한국의 대표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독도 지킴이’서경덕 교수가 김치홍보에 나선 까닭은 중국이 김치가 자신들의 음식문화라고 왜곡하는 이른바 ‘김치공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중국의 김치 제조 방식이 국제표준화기구(ISO) 승인을 받아 ‘국제표준’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중국의 주장은 왜곡이다. 중국 측이 이번에 인가를 받은 식품은 중국 쓰촨성의 염장 채소로, 피클에 가깝다. 한국의 김치와는 다르지만, 중국에서는 두 음식을 똑같이 ‘파오차이(paocai)’라고 부른다. 우리 정부에서는 ‘파오차이에 관한 국제 표준 제정과 김치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영국 BBC 방송 역시 최근 중국 언론의 ‘김치 국제표준’ 관련 오보에 한국의 김치는 유네스코에 의해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는 것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김치는 오랫동안 한민족의 문화와 함께해 왔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는 ‘고구려에서는 발효식품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전해져 오며, ‘정창원고문서’에는 현재의 김치와 유사한 것을 일본으로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삼국사기’에도 김치와 비슷한 발효식품이 기록돼 있다.

굳이 역사를 거론 않더라도 김치문화는 우리사회,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깊은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은평을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는 매년 11월쯤 되면 각 동 주민센터에서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연다. 지역 내 100여명의 부녀회원 및 자원봉사가 수백개의 김장박스에 김치를 담아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나눔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사랑을 듬뿍 담은 김치를 보낸다.

김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군으로도 한 몫 한다. 2020년 김치 등의 발효식품이 코로나19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세계에 퍼지면서 김치수출액이 역대최고인 1440억원 정도로 집계됐다. 일본을 비롯해 미국과 홍콩, 대만 등에서도 한국김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가정에서 담가 먹는 김치류는 무려 300여종이다. 봄에는 햇배추나 미나리 등으로 담고, 여름에는 열무나 오이를 재료로 한 물김치, 가을에는 쪽파 등을 이용한 김치, 겨울에는 양념을 많이 쓴 김장김치를 담근다. 사시사철 계절 감각에 맞는 재료를 이용해 담가 먹는 우리 김치문화가 세계화되면 우리의 김치산업은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많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김치 생산을 업으로 삼고 있다. 지역에서도 소규모로 김치사업을 비즈니스로 접목하는 경우가 있는데,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중국의 ‘김치공정’ 속에서 우리 식문화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김치를 지키고 김치산업을 육성하는데 더욱 매진해야 할 때이다. 김치산업 진흥법을 제정하고 2020년 11월 22일 제1회 김치의 날 기념식을 가진 중앙정부 뿐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도 나서야 한다. 지역민의 삶과 현장에 밀접하게 연동되어 정책을 펼치는 기초자치단체에서 우리 김치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과 애정을 북돋우고, 김치산업의 발전을 위한 풀뿌리 에너지를 모아낼 필요가 있다. 지역이 나서면 김치가 살아나고, 중국의 ‘김치공정’도 견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