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號 한수원, 42조 규모 폴란드 원전 사업에 총력

폴란드, 최근 '탈(脫)탄소 에너지전환' 기조에 발맞춰 원전 건설 추진 중
2043년까지 총 6~9GW 규모 원자로 6기 건설 추진 계획
한수원, 폴란드 정부에 원전 사업 파이낸싱 지원 의지 표명

장지영 기자|2021/02/26 06:00
폴란드 신규 원전사업 주요일정./ 제공 =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이 42조원 규모의 폴란드 원전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수출 1호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사업을 성공적으로 수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엔 폴란드에서 원전 강국으로서의 존재감과 입지를 다진다는 전략이다.

25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폴란드는 2043년까지 총 6~9GW(기가와트) 규모의 원자로 6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탈(脫)탄소 에너지전환’ 기조에 발맞춰 석탄화력발전을 감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폴란드는 지난해 ‘2040년 폴란드 에너지 정책(REP2040)’을 발표하면서, 현재 80% 수준인 석탄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폴란드 원전 사업비는 약 42조원(약 379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한수원 측은 폴란드 수주 사업이 구체화되는 데로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 등과 ‘팀코리아(입찰 전담조직)’를 꾸릴 예정이다. 신규원전 입찰은 올해 또는 내년부터 진행되며, 잠재발주사의 경우 폴란드의 국영 전력사인 PGE사의 자회사인 PGE EJ1가 될 것으로 보인다. PGE EJ1은 현재 폴란드 재무부가 모든 지분(100%)을 인수하는 과정에 있고, 향후 이 회사가 원전사업을 위한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해진다.
폴란드의 첫 원전 사업을 따내기 위해 우리나라와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원전 건설 경쟁력을 가진 주요국이 모두 뛰어든 만큼 이번에 사업권을 획득하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한국 원전의 역량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한수원은 지난 21일 폴란드 정부에 원전 사업의 파이낸싱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폴란드 현지 주요 언론 매체 9곳이 참석한 이번 화상 미디어브리핑에서 한수원 측은 폴란드 원전사업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지를 전달했다. 이날 브리핑을 주도한 김상돈 한수원 성장사업본부장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원전 ‘APR1400’의 우수성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사례를 소개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로 자금조달과 건설·운영 등을 포괄적으로 제공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한수원은 이미 우수성이 검증된 한국 원전 기술과 금융 솔루션을 통해 폴란드 원전 건설 사업에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폴란드가 원전 설립을 선언한 이후부터 수주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한수원 본사 및 새울본부(신고리원전 3~6호기), 두산중공업을 보여주며 한국원전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한 것이 그 일환이다.

2019년 12월에는 바르샤바에서 한-폴란드 원전산업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폴란드 에너지부·외교부·폴란드전력공사 등 원전 관련 정부 및 공기업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한국원전의 우수성 및 경쟁력을 듣고, 폴란드 원전사업에서 양국 기업간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부도 폴란드 원전 수주를 전폭 지원하고 있다. 2019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은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우리 기업의 원전사업 참여 의지를 표명했다. 이보다 앞선 2018년 2월에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한 두다 대통령에게 우리 원전 우수성을 직접 소개하며 원전세일즈 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특히 자원산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원전사업 당국 관계자들에 국내 원전 기술을 홍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19년 6월엔 폴란드 에너지부 원전국장과 정부인사 등을 초청해 양국 정부간 국장급 면담을 갖고 신규원전사업 협력에 대해 논의했으며, 지난 2019년 12월엔 정승일 전 산업부 차관이 직접 폴란드를 방문해 에드비가 에밀라비치 개발부장관과 원전분야 등 양국 협력방안에 대해 의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나임스키 원전·에너지특임대사는 2019년 12월 UAE 바라카 원전 현장을 방문해 UAE와 한국과의 신규원전 건설사업에 본 뒤 만족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일본, 프랑스 등 다른 경쟁 국가들도 폴란드 원전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이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만나 에너지 협력을 논의했다. 이보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각각 지난해 1월과 2월 연달아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만나 원전 수주 의사를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컨트럴 타워’를 만들어 원전 수주전에 대비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 수주에 나서려면 파이낸싱, 외교적 문제 등 정부 차원의 여러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통상자원부나 총리실이 주관이 돼 폴란드 원전 수주전 컨트럴 타워 역할을 맡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