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못본 아시아]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연대”…소수민족으로 바라본 미얀마 사태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2021/03/18 16:01
과도기 임시정부 역할을 천명한 CRPH는 이날 성명을 통해 “모든 소수민족 무장혁명 조직들을 테러 또는 불법 단체 목록에서 삭제했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또 “군정에 항거해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참여한 공무원들을 보호해 준 모든 소수민족 무장혁명 조직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CRPH는 “우리는 함께 연방연합을 건설할 것”이라 밝혔다.
국민들이 200명 넘게 사망한 미얀마에서는 전과 다른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간 수 치 고문의 문민정부나 미얀마 군부와 대립하던 로힝야·카렌족 등 소수민족이 군부에 맞서 수 치 고문 세력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CRPH의 이번 선언으로 ‘민주적인 연방국가’에 대한 이들의 희망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반(反) 쿠데타, 반(反) 군부 운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가세하는 것은 미얀마 최북단 카친주(州) 카친족의 반군 카친독립군(KIA)이다. 기독교도가 많은 카친족은 미얀마 정부에 의해 탄압을 받아왔고, 카친반군은 최근까지도 미얀마 정부와 교전을 해왔다.
|
|
카친족과 함께 카렌족도 반(反) 쿠데타 운동에 합류했다. 카렌족은 이미 지난달 말, 전국휴전협정(NCA)을 체결했던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함께 군정과의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히며 “시민불복종운동(CDM)과, 군사 독재에 반대하는 대중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반군 조직인 카렌민족연합(KNU)은 국내외 단체는 물론 국제사회와도 협력할 것이라 밝혔다.
|
가장 탄압받는 소수민족으로 꼽히는 로힝야족은 카렌·카친군과 같은 무장단체를 통한 협력은 어렵지만 쿠데타 초기부터 미얀마 국민들을 지지하며 연대해왔다. 수 치 고문의 문민정부 하에서도 탄압받아왔지만 그 배후에 군부가 있었다는 것이 연대의 이유로 꼽힌다.
◇ 군부, 라카인족에는 우호 제스쳐…포섭·분열 시도?
소수민족 탄압에 앞선 군부지만 쿠데타 이후 라카인족에게는 유독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CRPH 측에서 유엔 특사로 서부의 친족 출신인 사사를 임명하고, 부통령 대행으로 카렌족 출신인 만 윈 까잉 딴 전(前) 상원의장을 선임하는 등 소수민족과의 연대에 나선 것을 의식한 듯, 군부도 라카인족 포섭에 나선 것이다. 라카인주는 수 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인기가 높지 않은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군부는 지난 11일 라카인족의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던 반군단체 아라칸군(AA)를 군부의 테러단체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12일에는 라카인족 정치범들을 전격 사면조치 했다. 라카인주 최대 정당인 아라칸민족당(ANP)의 에 누 세인 대변인을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로 영입했고, 아라칸전선당(AFP)의 에 마웅에게도 SAC 참여를 제안했다. 수 치 정권 하에서 반역죄로 2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에 마웅은 12일 군부에 의해 전격 사면·석방 조치 됐다. 그는 자신을 사면해준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 미얀마 사태 향방은?
CRPH가 군부에 맞서 소수민족 무장세력과 연대하고 연방연합을 건설할 것이고 발표했지만 좀처럼 사태의 결말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수 치 고문의 정치적 후계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소수민족 무장단체도 화력을 갖췄으나 본거지를 벗어난, 전국 범위의 내전에서 군부와 맞서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NLD 관계자는 아시아투데이에 “당장 미얀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데우스 엑스 마키나(그리스 희곡에서 복잡하게 꼬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존재)’ 뿐이다. 바로 국제사회가 개입하는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