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의 신의 한 수’ 꼽혔던 니콜라 투자, 중간 성적표는
김지수 기자
2021/03/19 06:00
2021/03/19 06:00
2023억원 확보…수소사업 등 투자
사기극 논란에도 '절반의 성공' 평가
|
1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니콜라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한 미국 현지법인 ‘그린니콜라홀딩스LLC’는 최대 1106만주의 보통주 매각을 승인 받았다. 한화그룹이 보유해 온 지분(2013만주)의 절반 수준이다. 매각은 오는 6월9일부터 12월10일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17일 종가인 16.39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약 1억8000만 달러(약 2023억원) 규모지만, 아직 매각 개시까지는 시간이 남은 만큼 니콜라의 주가 변동에 따라 그 가치는 향후 달라질 수 있다.
한화그룹의 니콜라 투자 결정은 한때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의 ‘신의 한 수’로 꼽혔다. 니콜라 투자를 당시 한화큐셀 영업총괄 전무였던 김 사장이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018년 초 미국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한화그룹의 벤처투자 전담 조직이 작성한 니콜라 관련 보고서를 보고 수소산업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판단해 니콜라 투자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지분매각 공시를 계기로 한화그룹의 니콜라 투자를 중간평가해 보면 ‘절반의 성공’의 성적표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 한화그룹이 보유한 니콜라의 지분 가치는 초기 투자금의 3배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에 투자 차익을 거두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니콜라의 현재 주가는 1주당 16.39달러까지 떨어진 상태지만, 한화그룹은 일찌감치 초기투자를 감행한 까닭에 매입가가 1주당 4.5달러 선에 불과하다. 또 비상장 단계였던 니콜라가 나스닥에 상장된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벡토IQ’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1대 1.901의 합병비율을 적용 받았기 때문에 보유한 니콜라 주식 수가 상장 전보다 2배 가량 늘어난 것도 한화그룹의 니콜라 투자가 여전히 성공적인 이유다.
다만 니콜라를 한화그룹의 수소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발판으로 삼고자 했던 계획은 아직 미궁 속이다. 한화그룹이 “니콜라와의 전략적 제휴 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지분을 최대 절반까지 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니콜라 지분 매각 자금을 수소·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니콜라보다 확실하고 전도유망한 신규 투자처를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한화 관계자는 “매각 물량이 최대 50%라는 상한선만 예비 공시된 것일 뿐이며, 구체적인 매각 물량은 향후 전개되는 관련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할 것”이라며 “니콜라의 이슈(사기 논란)와 이번 지분 매각 결정은 전혀 무관하며, 만일 지분을 매각하게 된다면 투자 유동성을 확보해 신규 수소사업, 에너지사업 등 분야에 대한 투자를 물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