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탄도미사일’ 카드로 찔러보기… 바이든은 ‘넘어간 트럼프’와 다를까

김여정·최선희 '말폭탄' 세례 이어 순항·탄도미사일까지
중국과의 밀착행보로 얻은 자신감… '판 흔들기' 전략
정성장 "트럼프는 넘어가… 탄도미사일로 반응 살펴"
순항미사일과는 전략적 차이 있어

천현빈 기자|2021/03/25 19:29
사진은 북한이 2019년 5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하는 모습./연합
북한이 25일 아침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쏘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북한은 한·미 2+2 외교·국방 회담 전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문을 시작으로 21일 순항미사일 발사에 이어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위배되는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했다.

북한은 연이은 ‘말폭탄’ 세례에 이어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하며 대북정책 최종 검토 단계에 있는 바이든 행정부를 자극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다음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공유하고 최종 조율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2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구두 친서를 보내는 등 중국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적극적인 친중행보와 더불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는 모양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최종 조율단계에 온 시점에서 북한에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미·일 공조가 깊어질수록 북한은 중국에 더욱 의존적인 자세로 나올 가능성도 크다. 북한은 최근 국제사회의 대중·대북 인권 비난 메시지를 의식하며 노골적으로 중국의 편에 서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21일 성명에서 “서방의 인권유린 실상이야말로 국제사회가 바로잡아야 할 초미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번 미사일 발사의 자신감도 최근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의 제재 위협을 중국이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은 자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이번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중국의 영향력도 한계가 있음을 확인했지만, 시진핑이 묵과할 수 있는 수준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북한이 21일 발사한 순항미사일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북한이 한 단계 높은 수위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미국의 대북정책 전략을 떠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 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대화 국면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며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발표에 앞서 미국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반응을 살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게 탄도미사일 발사는 전략적 측면에서 순항미사일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