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름이라서..’ 전염병 시대에 도움도 차별받는 재독 이민자들
서주령 하이델베르크 통신원 기자|2021/04/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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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요청한 사람의 이름은 앙겔리카 슈나이더, 아이쉐 일마츠, 왕슈잉 등으로 쪽지마다 다르게 적혀 있다. 같은 도시에서 같은 재질의 종이로 같은 내용을 담았지만 각기 다른 인종을 상징하는 그 ‘이름’은 응답자 수와 내용에 영향을 미쳤다.
독일 시사 일간지 슈피겔은 루타 예마네 독일 심리학 박사와 통합·이민연구소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민자 배경을 가진 사람이 전염병 대유행 속에서 받는 간접차별’에 대한 심리실험을 최근 보도했다.
전형적인 독일인 이름을 상징하는 ‘앙겔리카 슈나이더’는 299명으로부터 기꺼이 도움을 주겠다는 응답을 받은 반면 중국인을 상징하는 이름인 ‘왕슈잉’과 아랍인을 상징하는 ‘아이쉐 일마츠’에 대한 응답자는 각각 244명과 227명에 그쳤다.
연구팀은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후속 설문 조사를 통해 ‘중국 이름’과 ‘아랍 이름’으로 보낸 요청에 응답한 사람들 중 다수가 같은 중국인이거나 같은 아랍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외국인 이름으로 보내는 도움 요청에 대한 독일 사회의 응답은 실질적으로 더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연구팀은 “‘앙겔리카 슈나이더’에 대한 응답자 중 ‘금전적인 대가’를 요구한 경우는 전혀 없는데 비해 ‘왕슈잉’과 ‘아이쉐 일마츠’는 요청에 상응하는 비용 지불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며 “이민자 배경을 가진 사람이 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슈피겔의 자체 연구에 따르면 독일내에서 전형적인 외국인 이름이나 사진에서 특정 피부색을 가진 사람은 서류 전형을 통과해 취업 면접에 초대받거나 집주인으로부터 세입자로 낙점받을 확률이 독일인으로 추정되는 이름과 외모의 사람보다 낮다.
예마네 박사는 “취업시장에서의 통계가 경쟁 속에서 외국인이 받는 차별에 대한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면 이번 심리 연구는 우리에게 그들이 전염병으로 황폐화된 사회에서 이웃의 배려와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낮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