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 탄압 지속+학살 은폐’ 미얀마 군부에 美 재무부 강력 제재 (종합)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2021/04/22 15:20
21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반(反) 쿠데타 시위대가 시위 도중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제공=AP·연합
미국이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에 강력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현지에서는 잔혹한 탄압을 계속 벌이면서 한편으로는 학살을 은폐하려는 군부의 행보를 놓고 거센 항의가 일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2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얀마 국영 목재기업 등 2개사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해외자산통제국(OFAC)가 이날 버마(미얀마)의 목재와 진주 수출을 담당하고 있는 국영기업인 미얀마 목재회사(MTE)와 미얀마진주회사(MPE)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목재와 진주 산업은 버마 군사정권의 핵심 경제 자원”이라며 “군사정권은 민주화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있으며 어린이 살해를 포함해 버마 국민에게 폭력적이고 치명적인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버마 국민에 대한 폭력과 연루돼 정권에 혜택을 주는 2개 국영기업을 (제재 대상에) 지정함으로써 정권의 주요 경제 자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재무부는 미얀마 광업부 산하의 미얀마보석회사(MGE)와 미얀마 군부 관련 대기업인 미얀마경제지주사(MEHL)·미얀마경제공사(MEC)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미 재무부 조치에 따라 이들 기업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 기업 및 미국민과의 거래도 금지됐다.

거듭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쿠데타 군부는 여전히 잔혹한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22일 현지 매체 이와라디는 미얀마 군부와 반(反) 쿠데타 시위 진압에 드론과 로켓포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0일 미얀마 중부 사가잉주(州)의 한 마을에서는 군부가 중화기를 동원한 공격을 펼쳐 시민 6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했다. 마을 주민들은 “200여명의 미얀마 군인들이 마을을 둘러싼 뒤 드론을 띄워 시민들의 위치를 추적했고 로켓추진수류탄(RPG)를 발사했다”고 증언했다.

미얀마군이 시위대를 상대로 로켓포를 동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얀마군은 지난달 말에도 양곤의 도로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파괴하는 데 RPG를 사용했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제2 도시인 만달레이를 비롯해 곳곳에서 로켓포를 들고 있는 군인들의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다.

미얀마 군부의 잔혹한 탄압으로 국민 25만명이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는 추산이 나왔다. 톰 앤드루스 유엔(UN)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소식통을 인용해 “군부의 무분별한 탄압으로 인해 미얀마에서 약 25만명의 시민들이 난민 신세가 됐다”며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앙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25만명은 소수민족 거주 지역에 대한 미얀마군의 공습 외에 군부의 유혈탄압과 각종 조치로 집을 떠나거나 생계에 타격을 입은 국민들을 모두 포함한 숫자로 추정된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학살을 전면 부인하고 사망자 수도 대폭 축소해 발표하는 데 급급하다. 지난 19일 국영 MRTV는 “인권단체가 집계한 사망자 수는 부풀려졌고 실제로는 25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반면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군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고 (민간인 학살) 범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며 “지난 1988년 민주화 시위 진압 당시에도 군부가 살해한 실제 민간인 사망자 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틀 뒤로 다가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 정상회담에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이 참석하기로 한 것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민주진영과 시민단체들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최고 살인자’라고 지칭하며 “군부에게 아세안 회담 자리를 내어주는 것은 그들을 인정한다는 뜻”이라고 강력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