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서 軍 폭력사용 계속…민주진영 “파업 공무원 급여 대신 지급할 것”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2021/04/28 15:38
‘폭력 즉각 중단’ 등의 내용을 포함한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연합)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부의 폭력과 탄압이 이어지는 가운데 27일 미얀마 양곤에서 반(反)쿠데타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제공=AP·연합
‘폭력 즉각 중단’이라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합의가 무색할 만큼 미얀마 군부의 반(反) 쿠데타 폭력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카렌주(州)와 친주(州)에서는 미얀마군이 연일 소수민족 무장단체 및 시민들과 충돌하고 있다.

28일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와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전날 오후 태국 접경지대인 카렌주의 또레 타 지역을 공습했다. 이날 오전 소수민족 무장단체인 카렌민족연합(KNU) 병력이 미얀마군 전초기지를 점령한 데 대한 보복이다. KNU 5여단의 파도 만 만 대변인은 “민간인 피해 상황은 보고된 것이 없다”며 “지난달 미얀마군 공습 이후 피신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민간인 피해는 없었지만 거듭되는 대립에 현지 주민들은 대부분 대피해야 했다. 한 주민은 이라와디에 “여성과 아이들은 마을에 머물고 있지 않고 나도 집을 떠나 피신했다”며 “국경 지역의 태국군도 병력을 더 보내는 등 보안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알렸다.
미얀마군은 서부 친주(州)에서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력 사용에 나섰다. 미얀마 나우는 전날 미얀마군이 로켓추진수류탄(RPG)과 포를 사용해 민닷 지역 주민들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친주에서는 주민들이 친주방위군(CDF)를 조직해 이달 초부터 군경에 맞서 사냥용 총으로 무장하고 곳곳에서 군경과 격돌하고 있다. 이라와디는 이 과정에서 최소 16명의 군경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중순부터 최대도시 양곤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는 시민불복종 운동(CDM)은 탄력을 받고 있다. 민주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는 CDM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지급할 급여를 포함해 예산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띤 뚠 나잉 NUG 재무장관은 “NUG는 파업 공무원들에게 전체 급여를 지급할 것”이라며 “파업 중인 공무원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NUG는 미얀마 시민들이 임시정부 격이었던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에 기부한 기금에서 재원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NUG는 지난 2월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 이후 미국이 동결한 미얀마 10억달러(약 1조1135억원)에 대한 접근을 모색한다. 미국은 미얀마 중앙은행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예치한 해당 금액을 동결하고 있다. 띤 뚠 나잉 장관은 동결 자산에 대해 “군부 때문에 목숨을 잃은 미얀마 국민들을 돕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NUG는 미얀마 전체 공무원의 절반에 가까운 약 20만명이 파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독재자 군부 밑에서 일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이들은 파업을 통해 군사정권의 행정을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저항한다. 군부는 관사 퇴거·해고 등의 보복 조치를 통해 공무원들의 이탈을 막는 한편 파업에 참여한 공무원과 의사들을 복귀시키기 위해 그 가족들을 압박하고 있다.

앞서 쿠데타의 주범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지난 24일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서 폭력 즉각 중단 등 5개 사항에 합의했다. 합의 후에도 미얀마군의 폭력이 이어지고 이행여부가 불투명해지자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특별보고관은 군부에 합의 준수 의지를 묻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그는 흘라잉 총사령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얀마 국민이 다치거나 죽거나 체포의 두려움 없이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기본권을 존중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약속하라”고 주문했다. 정치범 즉각 석방 요구의 수용·아세안 특사의 즉각적인 미얀마 방문을 허용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들과의 접촉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