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 ‘삼성家 미운오리’ 정진택號 삼성중공업, 주가 ‘3대 악재’ 돌파구는?

어닝쇼크·무상감자·유상증자까지
잇단 악재로 주가 한달새 19% 급락
정진택 "친환경 신기술 R&D 집중"
올 수주 목표 1분기만에 56% 달성
디지털 기술로 2023년엔 흑자 전망

김윤주 기자|2021/05/10 06:00
지난해 말 취임한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삼성중공업이 악재를 한 번에 맞았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삼성중공업은 영업적자 5068억원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고,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됐다. 부채비율도 2018년 111.7%에서 올해 1분기 기준 262%로 악화된 상태다. 정 대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지만, 단기 악재로 인식돼 주가는 이달에만 19% 가량 급락했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1분기 42척(51억달러)을 수주하는 등 성과를 올리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조선 업황 회복 기류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악재 우려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정 대표는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과 6년째 지속된 영업적자 고리를 끊고 흑자 전환을 이뤄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60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고점 대비 22.7% 하락한 금액이다. 올해 조선 업황 회복과 수주 잭팟에 주가는 지난 3월 31일 777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1분기 어닝쇼크와 공매도 타깃,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계획이 단기 악재로 작용하면서 주가는 지난 6일 하루만에 16% 급락했다.

삼성중공업은 다음 달 22일 주주총회를 거쳐 액면가 5000원을 1000원으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진행한다. 무상감자로 확보한 2억5000만원은 자본잉여금으로 돌려 부채비율 개선 등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번 무상감자는 주식수 변동이 없어 주주가치가 보존되지만, 회사의 재무구조 악화를 방증하는 만큼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또한 무상감자에 이어 밝힌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최근 주가 하락의 주요인이었다. 통상 유상증자는 주가 희석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돼 주가 악재로 꼽힌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6년과 2018년에도 각각 1조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바 있다.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2018년 111.7%, 2019년 159.1%, 2020년 247.5%, 2021년 1분기 기준 262%로 꾸준히 악화된 상태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무상감자는 주식 감자가 아닌 액면가 감자 방식이기 때문에 주주가치가 보존되며 재무구조도 개선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곧바로 유상증자도 추진해 주주가치 훼손이 병행된다”면서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등이 완료되면 부채비율이 198% 수준으로 일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중공업이 최근 재개된 공매도 거래의 주요 타깃이 되면서 악재는 불어났다. 지난 3일 공매도 재개 이후 삼성중공업은 공매도 거래량 966만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7일에는 공매도 거래 제한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올해 1분기에 전년 대비 적자규모가 확대된 영업손실 5068억원을 기록하자,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됐다는 분석이다. 공매도의 타깃이 되면 보통 때는 주식시장에 나오지 않을 주식마저 매물로 나오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

악재가 한 번에 겹친 만큼 정 대표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졌다. 정 대표는 재무구조 개선과 더불어 LNG추진선 분야의 경쟁력을 내세워 수주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친환경 신기술 및 신제품의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며 말하며 친환경 선박인 LNG선 수주 확보를 중요 과제로 꼽은 바 있다.

1분기 기준 삼성중공업이 올해 연간 수주 목표 91억달러 중 56%를 달성한 점은 긍정적이다. 이후 재무구조를 개선으로 외부 차입 등이 수월해지면 수주안 선박들을 정상적으로 제작해 납품할 수 있게 된다. 중공업의 특성상 수주가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지 2~3년의 지연이 있는 만큼, 2023년엔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 흑자전환도 점쳐진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소의 생산 과정을 디지털 기술로 최적화해 원가를 낮추고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무상감자로 확보한 이익잉여금을 지금 당장 주주들에게 배당할 재원으로 활용되긴 어렵지만, 2023년 흑자전환 등 경영실적이 나아지면 주주환원에도 신경쓸 것”이라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