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 또 성폭력 사건 무마...군 문화 전반 개선 시급

박지훈 변호사 "군 사법기관 독립 필요"

이석종 기자|2021/06/16 05:00
민주당 충남 서산·태안 여성위원회 회원과 민주당 서산시의회 의원들이 11일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이 발생한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고인을 애도하는 뜻으로 정문에 국화를 꽂고 있다./연합뉴스
성추행 피해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 모 공군중사 사건을 계기로 2차 가해 등 부실한 군(軍) 내 성폭력 대응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공군뿐만 아니라 육군과 해군에서도 성폭력 사건을 뭉개거나 피해자를 회유한 사례가 있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데는 군이 성폭력을 대하는 문화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과 함께 전반적인 인식의 전환, 지휘관에게 집중된 과도한 권한과 책임의 분산 필요성이 제기됐다.

15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모 부대에서는 남성 부사관이 후배 남성 부사관 2명을 성추행 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중사 사건과 비슷한 회유 등이 있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남성 상사가 후배 중사와 하사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 사건을 처리 과정에서 가해자 등이 피해자들을 ‘남자끼리 그럴 수 도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회유했다”며 “결국 가해자는 경고 처분을 받는 것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회유 부분에 대한 조사결과 사실무근인 것으로 확인했다며 현재 가해자의 혐의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군 관계자에 따르면 다른 부대에서는 고위 간부가 여군 간담회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고위 간부는 간담회에서 여군들에게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은데 왜 장기 복무를 하려고 하느냐’는 식의 성희롱성 발언이 있으면 용기 있게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여군 중 한 명이 이를 성희롱성 발언이라고 신고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군은 가해 간부에게 인사기록에 남는 ‘경고’ 처분을 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다른 군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육군 모 부대 군무원이 여성 부사관과 군무원 등 3명에 대해 성추행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부대는 시간 직후 즉각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 조치 하지 않은 데다 늑장 수사까지 이어지면서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지속적인 회유와 협박에 시달렸다는 게 강 의원실의 주장이다.

이 같은 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군 안팎에서는 성폭력을 대하는 근본적인 인식의 개선과 함께 지휘관에게 집중된 과도한 권한과 책임의 분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이런 게 전반적인 군의 성폭력을 대하는 문화”라며 “이런 문화가 바로잡히지 않는 한 제2, 제3의 이 중사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법무관 출신 법무법인 디딤돌 박지훈 변호사는 “부대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사고에 대해 지휘관의 지휘책임을 묻는 게 군의 문화”라며 “이렇다 보니 사건을 조사하고 후속 조치를 해야 하는 지휘관 입장에서는 사건을 무마하거나 뭉개려는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특히 성범죄 발생 시 사후 조치와 그에 따른 결과와 상관없이 무조건 지휘관과 부대 전체에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며 “아울러 군의 수사·사법기관을 지휘관으로부터 독립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