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 붐에 철퇴 中, 500미터 이상 건축 금지

250미터 이상은 엄격하게 제한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2021/07/08 15:02
중국이 최근 고층 빌딩의 건축 제한 원칙을 확정하며 금세기 들어 폭발적으로 이어지던 마천루 경쟁 붐에 철퇴를 가했다. 앞으로 500미터 이상 빌딩의 건축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아예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또 250미터 이상 빌딩도 꼼꼼한 심사를 통과해야만 건축이 허가되는 등의 엄격한 제한을 받게 된다.

거침 없이 올라가고 있는 상하이 황푸(黃浦)강 일대의 마천루들. 앞으로는 엄격하게 건축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최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중국은 엄청난 마천루 대국으로 손꼽힌다. 세계 2위의 높이를 자랑하는 상하이중신(上海中心)타워를 비롯한 500미터 이상 초고층 빌딩을 무려 5개나 보유하고 있다. 범위를 높이 200미터 이상 빌딩으로 넓히면 그 수가 경악할 만하다. 무려 700여 개 가까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 세계 초고층 건물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보다도 거의 두 배 가까이 많다.

중국 부동산 시장 정보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의 8일 전언에 따르면 하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늘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그동안 만지작거리던 규제 카드를 최근 완전히 확정하고 공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류셴중(劉賢鐘) 베이징 건축 전문가는 “중국의 마천루는 솔직히 너무 많다. 한국의 군에 해당하는 현(縣)에 70∼80층짜리 빌딩이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만시지탄의 감이 있기는 하나 당국의 규제는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의 조치를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크고 작은 각 지방 정부들이 그동안 경쟁적으로 주도해왔던 마천루 건축 붐은 득보다는 실이 훨씬 더 많다. 마구잡이로 건축될 경우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치명적이다. 이는 지난 5월 말 72층의 위용을 자랑하는 광둥(廣東)성 선전의 사이거(賽格) 빌딩이 원인 모를 이유로 크게 흔들렸던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 빌딩은 아직 철거 명령을 받는 등의 최악 상황에 직면하지는 않고 있으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졸지에 사라질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현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선전과 베이징, 상하이(上海) 등에서는 분명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 곳곳에 텅텅 빈 마천루들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무분별한 초고층 빌딩 건축은 경제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중국 당국이 마천루 건축 붐에 철퇴를 가한 것은 이런 이유가 기저에 깔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