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남경읍’ 1심 징역 17년…유사범죄 ‘진행 중’

法 "박사방은 범죄조직…남경읍, 적극적으로 활동해"
박사방 주범 대부분 중형…성별·나이 안 가리는 '불법촬영'

김예슬 기자|2021/07/08 15:12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공범 남경읍이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연합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박사방’ 조주빈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경읍(30)이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남씨의 유사강간 혐의뿐 아니라 범죄단체가입·활동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이처럼 법원은 성 착취물 관련 범죄를 엄벌하고 있지만, 이와 유사한 범죄는 잇따라 발생하며 근절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이현우 부장판사)는 8일 오전 10시 유사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남씨의 1심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또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과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남씨는 지난해 2∼3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피해자 5명을 유인해 조씨에게 넘기고 다른 공범에게 피해자 1명을 강제 추행토록 하면서 이를 촬영한 성 착취물을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동청소년 음란물 102개를 소지한 혐의도 있다.
이후 검찰은 조씨가 조직한 박사방을 범죄집단이라고 보고, 남씨를 범죄단체가입·활동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재판부는 두 사건을 병합해 함께 심리해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박사방’ 다른 구성원들과 달리 피해자를 물색해 유인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했을 뿐 아니라 조주빈을 모방해 독자적인 범행을 실행했다”며 “피해자들의 고통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지만,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박사방 참여자들은 조주빈이 만든 성 착취물을 유포하면서 그의 지시를 따랐고, ‘박사방’이라는 명칭이 변경됐을지언정 그 정체성은 인정된다”며 “‘박사방’은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하는 범죄 목적 외에 다른 목적이 없고, 피고인은 ‘박사방’이 범죄 집단임을 인식하고도 구성원으로 활동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박사방’ 주범들은 대부분 중형에 처해졌으나, 이들을 따라한 모방·유사 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여성진흥원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6983건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유형은 ‘불법촬영’(2239건)으로 전체의 32.1%를 차지했다.

남성도 더이상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예외는 아니다. 김영준(29)은 이른바 ‘남자 N번방’ 사건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약 10년 동안 여성인 척 영상통화를 하며 남성 피해자 79명을 유인해 성 착취물을 제작·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7000개에 달하는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의 최찬욱(26)도 지난달 구속됐다. 그는 2016년 5월~지난 4월 SNS에서 알게 된 남자아이들에게 접근해 성 착취물을 제작한 뒤 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제작·유포자 외에도 구매자를 처벌하는 등 보다 촘촘한 엄벌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법 촬영물을 제작 및 유통하는 이들뿐 아니라 소지·시청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도 이뤄져야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다”며 “얼굴이 나오지 않은 불법 촬영물의 경우 감경요소에 해당하는데, 그렇다면 얼굴이 나오는 경우에는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