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의 굴욕, 상장 첫날 공모가 ↓…‘공모주 불패’ 신화 마침표

크래프톤, 나홀로 상장 첫날 공모가↓
고평가 논란·유통주식 물량 등 발목
주가 상승, 신작·사업 다각화 필요

장수영 기자|2021/08/10 17:02
크래프톤이 기업공개(IPO) 대어 중에서 처음으로 상장 첫 날 공모가를 밑도는 굴욕을 겪었다. 고평가 논란, 청약 흥행 실패에 이어 ‘3연속 충격’에 휩싸이며 지난해 SK바이오팜에서 시작된 ‘공모주 불패’ 신화에 마침표를 찍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주가는 첫 상장일인 이날 45만4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49만8000원 대비 8.8% 하락한 수준이다. 시초가 역시 공모가보다 11%가량 낮은 44만8500원에 결정됐다. 시초가 역시 공모가를 밑돌면서 공모주 투자자는 평가손실을 입었다.

◇“일찌감치 예고된 추락, 자업자득”

크래프톤은 기업가치 평가 과정부터 거품이란 비판을 받았다. 공모가를 조정하는 등 보완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상장 이후에도 유통 물량이 많고 여전히 고평가돼 있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높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지식재산(IP)의 확장성과 신작 흥행 가능성 등을 높이 사기도 했다.
일반 청약 흥행에서 참패한 만큼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은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최종 경쟁률 7.79대1, 청약증거금 5조358억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IPO시장 대어마다 수십조 원이 몰린 것과 비교된다.

크래프톤은 특히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비교 기업으로 월트디즈니, 워너뮤직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크래프톤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고 크래프톤은 희망 공모가 밴드를 10%가량 낮췄지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

◇“밝지 않은 전망…신작 흥행이 관건”

크래프톤의 유통 주식 비율은 39.05%로 카카오뱅크(22.6%), SK아이이테크놀로지(15.04%), SK바이오사이언스(1.63%) 등과 비교해 매우 높다. 국내외 기관투자자가 이달 15일에서 6개월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확약을 걸지 않은 미확약 물량은 55%에 달한다. 대어급 공모주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가장 큰 변수는 신작의 흥행 여부다. 크래프톤은 올 하반기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를 선보인다. 다만 신작이 흥행해도 게임업 단일사업에 의존하고 있어 상승 탄력을 받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크래프톤의 경우 플랫폼 매출의 80% 이상이 모바일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주의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를 모바일 게임 중심에서 미디어·엔터 관련된 플랫폼 및 콘텐츠 분야로 다각화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중심의 국내 게임산업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넥슨의 ‘필름 & TV’ 조직 신설과 엔씨소프트의 케이팝 플랫폼 ‘유니버스’ 론칭 사례와 같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게임주 재평가(리레이팅)가 쉽지 않은 게 현재의 시장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KTB투자증권은 크래프톤의 적정주가를 58만원으로 제시했다. 메리츠증권은 72만원으로 봤다. 글로벌 메가 히트작으로써 ‘배틀그라운드’ IP의 가치를 높게 봤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작의 성과가 기대치를 웃돌 가능성과 IP 확장성, 공모자금 기반 투자 확대 등 우호 여건을 최대로 반영한 결과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