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해운업계, 투자시계 다시 빨라진다
해상운임 급등으로 역대급 실적
탄소저감 움직임에 친환경 주목
작년부터 유상증자로 실탄 확보
연구개발비용 등 투자 적극나서
이가영 기자|2021/09/07 06:00
6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주요 해운사들은 연구개발(R&D) 비용 등 각종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해상운임 급등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해운사들이 10년 불황 끝에 서서히 투자 재개에 나서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은 올해 6월 말 기준 1조3500억원 수준의 투자를 집행했다. 당초 계획했던 올해 반기 투자 계획 금액 1조4882억원의 90%에 달하는 수준이다.
연구개발비 또한 증가추세다. HMM은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로 440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774억원이었던 HMM의 연구개발비용은 2019년 915억원, 2020년 1081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영업이익 증가세에 발맞춰 연구개발비용도 나란히 늘었다. 올해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연간 연구개발비용 지출 규모는 지난해 보다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팬오션 또한 핵심역량인 벌크부문의 지속적인 선대확장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6월 30일 기준 선박 투자에 1억7100만달러를 투자한 팬오션은 향후 7억6300만달러를 투입, 4년간 총 9억3400만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2018년 3억6400만원에 불과했던 팬오션의 연구개발비는 2019년 2억5000만원, 작년 6억1900만원, 올해 상반기 4억6300만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이미 지난해 전체 연구개발비의 75% 수준을 달성했다.
해운업계의 투자비용 증가는 호실적으로 실적이 개선된 가운데 중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해운업의 경우 초기 시설 투자 비용 대비 연구개발비용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혁신은 물론 전 세계적 탄소저감 움직임에 따른 친환경 선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자 그간 보수적으로 진행해오던 투자를 다시 늘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해운사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며 부활의 뱃고동을 울렸다. 올 상반기에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져 HMM은 사상 최대 분기 이익을 냈으며, 팬오션 또한 2008년 슈퍼사이클 이후 13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기는 등 실적을 거뒀다.
시장에서는 하반기도 해운업계의 호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투자비용이 증가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해운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앞다퉈 유상증자, 외부 투자유치 등으로 실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HMM의 2400억원어치 전환사채(CB) 발행을 시작으로 올 들어선 대한해운이 1865억원의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했으며 팬오션 또한 업계 최초로 지난 6월 500억원 규모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에이치라인해운과 SM상선은 연내 기업공개(IPO)를 통한 코스피 입성을 예고한 상황이다. SM상선은 IPO로 조달한 자금을 △고효율 친환경 선박 등 선박발주 △시장에 즉시 투입 위한 중고선 매입 △영업확대를 위한 컨테이너 장비 신조 발주 등 경쟁력 확보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호황을 맞은 해운사들에게는 지금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라며 “당분간은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재무개선은 물론 그간 미뤄왔던 투자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