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간 인도적 위기...100만 어린이 기아...여성, 직장·공공영역서 배제
유엔 사무총장 "수백만 아프간인 식량, 겨울 전 바닥"
"100만 어린이 기아·죽음 직면 가능성"
유엔 회의서 96개국 11억달러 지원 약속
탈레반 고위인사 "여성, 남성과 함께 일 못해..별도 병원·대학 둘 것"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2021/09/1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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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3일(현지시간) 수백만명의 아프간인들의 식량이 겨울이 오기 전에 바닥날 수 있다며 즉각적인 필요가 충족되지 않으면 100만명의 어린이가 기아와 죽음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아울러 탈레반은 당초 약속과 달리 아프간 여성이 남성과 직장에서 함께 일할 수 없고, 학교에서 함께 공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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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지금까지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1800만명이 국제사회의 지원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가 지원을 중단해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유엔은 이날 회의에서 아프간에서의 즉각적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6억600만달러(7100억원)의 긴급 자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NYT는 전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에서 국제사회가 10억달러(1조2000억원) 이상을 아프간에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이날 아프간에서 일하는 구호기관을 위해 약 6400만달러(750억원)의 인도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 약속한 96개국의 지원 규모는 11억달러(1조2880억원)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일 아프간과 주변국에 대해 신규 6500만달러(762억원)를 포함해 총 2억달러(2342억원)를 연내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알렸다.
하지만 미셸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아프간이 탈레반 집권 이후 새로운 위험한 국면에 있다며 “지난 3주 동안 탈레반이 여성의 권리를 옹호할 것이라고 확약한 것과 달리 여성이 공공영역에서 계속해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이날 탈레반 고위인사가 아프간 여성이 남성과 함께 일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며 이 언급이 공식적으로 시행되면 정부 기관·은행·언론사 등에서 여성 고용이 사실상 금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탈레반 지도부와 가까운 와히둘라 하시미는 아프간에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전면 적용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샤리아는 남녀가 한 지붕 아래 함께 있거나 앉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여성과 남성은 함께 일할 수 없다. 이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여성)이 우리 사무실에 와 정부 부처에서 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하시미는 “물론 우리는 의료·교육 등 분야에서 여성이 필요할 것”이라며 “우리는 여성을 위한 별도의 병원·대학, 아마도 학교·마드라사(이슬람 종교 학교·대학) 등 분리된 시설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 12일 여성의 대학 교육을 허용한다고 발표하면서도 성별 분리 수업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아프간 여성의 노동 참여 비율은 20년 전 탈레반 1기 통치기(1996∼2001년) 사실상 0%에서 지난해 23%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