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르도안 대통령, 미국·독일 등 10개국 대사 추방 지시
반정부 인사 석방 요구에 강경대응으로 맞불
주성식 기자|2021/10/2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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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터키 중부 에스키셰히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외무장관에게 가능한 한 일찍 이들 10개국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는 외교적 기피인물을 의미하는 용어다. 다른 나라의 외교사절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는 것은 해당 인물을 자국에 들이지 않거나 추방하겠다는 의미다.
이들 10개국 대사가 석방을 요구한 카발라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2017년 구속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고 2020년에 풀려났으나, 석방 직후 재수감된 인물이다.
당초 카발라를 비롯한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2013년 정부가 쇼핑센터 건립을 위해 이스탄불 도심의 탁심 광장 주변 게지 공원의 나무를 뽑아내려 하자 반대 시위에 나섰다. 이를 경찰이 강경 진압하면서 소규모 개발 반대 시위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확산했다.
터키 검찰은 2017년 카발라를 체포해 구속기소하고 가석방이 불가능한 가중처벌 종신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이스탄불 법원은 지난해 2월 그를 포함한 피고인 9명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카발라를 석방하도록 했다.
카발라는 법원 판결 후 800일 넘게 수감돼 있던 이스탄불 서부의 실리브리 교도소에서 석방됐다. 그러나 검찰은 그가 교도소를 나오자마자 2016년 쿠데타 시도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적용해 다시 체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외무장관에게 10개국 대사에 대한 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정을 지시한 후 “그들은 반드시 터키를 이해해야 한다”며 “그러지 못하겠다면 터키를 떠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