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원 선거 앞두고 아베 색깔 지우는 기시다…개헌 언급 회피로 차별화

코로나 대응·경제대책 부각…자민당 내부 불만 확대는 변수

정은혜 도쿄 통신원 기자|2021/10/28 15:26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가 오는 31일 실시되는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 지우기에 나섰다. 사진=일본 중의원 공식 홈페이지.
취임 전부터 ‘제3기 아베 내각’이란 굴욕적 비판을 받아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31일 실시되는 중의원 선거를 계기로 ‘아베 색깔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번 선거전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기시다 총리가 그간 자민당이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중심으로 주된 정책의 축으로 삼아온 평화헌법 개정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7일 지지통신은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활발한 지원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시다 총리의 헌법 개정 관련 언급이 과거 선거 때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 헌법 개정과 국방력 강화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며 이를 적극 홍보해왔던 아베 정권 때와는 완연히 달라진 모습니다. 통신은 최근 1년 사이에 ‘아베-스가-기시다’로 이어지는 정권교체가 반복되며 정부가 구심점을 잃은데다, 국민들의 여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경제대책에 쏠려있어 헌법개정에 관한 언급을 일부러 회피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취임하자마자 의원해산이라는 도박에 나선 기시다 총리 또한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코로나와 경제대책, 외교안보를 핵심 키워드로 삼고 유세전을 펼치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도쿄도에서 실시한 15분짜리 지지연설에서 개헌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2019년 7월에 실시된 중의원 선거 때 아베 총리가 보였던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당시 아베 총리는 개헌을 적극적으로 쟁점화하기 위해 ‘국민을 위해 개헌을 의논하는 당 VS 의논하지 않는 당’이란 프레임으로 선거를 주도했다.

또 그는 선거가 자민·공명당 연립정부의 압승으로 끝난 후 “(이번 승리는) 국민 여러분들이 개헌 필요성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결과”라며 “헌법 개정은 내게 주어진 사명으로, 임기 내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기시다 총리 역시 임기내의 조기개헌을 공약에 담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개헌에 필요한 의석수 확보를 목표로 내세우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일본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중의원 선거를 계기로 본격적인 ‘아베 색깔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변수는 기시다 총리가 줄곧 개헌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대한 자민당 내 반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내 한 강경 보수파 의원은 “개헌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열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선거를 앞두고) 우리는 사령탑을 잃은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