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선 넘은 공수처 ‘민간인 사찰’, 인권 친화 수사기관인가

수사 상관 없는 기자 가족 정보까지 들춰…'인권 친화 수사기구' 되돌아봐야

허경준 기자|2021/12/22 06:00
사회부 허경준 기자
범죄 혐의 유무를 밝히는 수사는 자칫 선을 넘으면 ‘인권 침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예민한 활동이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은 자신들의 수사 방향이 어느 한 지점에 매몰돼 있는 것은 아닌지, 문제의 소지는 없는 것인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함이 마땅하다.

검사(檢事)는 공익의 대표자로 국민을 대신해 범죄에 칼을 휘두를 힘을 전달받았지만, 피의자·피고인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고 인권을 옹호해야 하는 의무도 지고 있다. 경찰(警察)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경계’ 임무를 국민에게 위임받았으나, 자신들의 권력을 경계·주의하고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살피라는 뜻에서 경찰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다.

공수처 역시 국민으로부터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단죄하라는 권한을 건네받고 출범했다. 심지어 공수처는 검·경보다 더 나은 ‘인권 친화적 수사기구’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공수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3명에 달하는 공수처 검사들이 하나같이 실력(實力)을 행사하기에만 혈안이 돼 있고 인권 보호는 뒷전이 돼버렸다.
수사 과정에서 핵심 피의자와 빈번하게 전화 통화 또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람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기에, 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사건에 연루된 핵심 인물과 통화·메시지를 나눈 적이 없는 기자들의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거나, 고위공직자도 아니고 수사와 아무런 상관없는 기자의 가족에 대한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내밀한 정보까지 확보하는 사찰을 자행한 공수처는 아직도 자신들을 인권 친화 수사기구라고 믿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인권 보호가 바탕에 깔리지 않은 수사는 ‘사상누각(沙上樓閣)’과 다름없다. 당장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 같지만, 결국 무너져 버리고 말 것이다. 공수처는 이미 ‘아마추어’임을 자인했다. 부족하고 모자란다고 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면 아니함만 못하게 된다.

자신들의 권능을 이용해 무분별한 수사와 정보수집이 계속된다면, 공수처는 무수한 분열만 조장한 조직으로 기록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