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도 사라진다…은행권, 고객 편의 대안은?

'디지털화' 4대銀, 690대 줄였지만
금융소외계층 보호에도 팔걷어

김윤주 기자|2021/12/29 18:30
모바일 금융거래가 활성화되고 현금사용이 줄면서 은행 점포와 함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사라지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ATM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690대가 없어졌다.

은행의 ATM 운영은 점포폐쇄 대체 방안 중 하나로 꼽혀왔는데, 은행들이 ‘디지털화’를 이유로 ATM 마저 없애면 디지털 환경에 익숙치 않은 금융소외 계층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은행들은 스마트텔러머신(STM) 설치, 편의점 내 ATM 배치 등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영업환경 변화 속도가 빨라, 노인 등 일부 고객층이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ATM 운영 대수는 1만8799대로 지난해 말에 비해 690대 줄었다. 하루에 ATM 2.5대가 사라진 셈이다. 각 은행별로 올해 1~9월 동안 없앤 ATM 대수를 살펴보면 국민은행 335대, 신한은행 87대, 우리은행 140대, 하나은행 128대 등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ATM을 줄이는 이유는 운영으로 얻는 수익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 은행 입장에선 ‘애물단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ATM이 위치한 지역별로 임대료와 외주비용 등은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 ‘적자’ 상태”라면서 “최근 디지털화로 영업점이 통폐합되면서 영업점 내 ATM까지 함께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ATM은 영업점이 없는 지역에도 설치돼, 모바일 금융거래가 어려운 사람들에겐 영업점의 대체 역할을 해왔다. 노인 고객이 사용하기 어려운 모바일 금융거래에 비해, ATM은 전 연령층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것마저 없어지면서 ‘금융소외 계층’ 발생이 우려된다.

이에 은행들은 ATM 대신 STM을 설치하고, 편의점과 제휴해 편의점 내 ATM을 설치하는 등으로 대안을 마련 중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STM 설치를 꾸준히 늘려 지난해 말 128대에서 최근 136대로 증가했다. 혼잡 영업점 내 주로 설치되는 STM은 입출금 등 단순 업무를 하는 ATM의 기능을 넘어서 통장 재발행 등 일부 창구 업무까지 가능한 기기다. 하나은행 또한 현재 STM 기기 10대를 운영 중이며, 내년 1분기 내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국민·우리·하나은행 등은 편의점과 제휴해 ATM을 편의점 내에 배치하면서, 영업점 폐쇄에 따른 ATM 기기 운영 중단을 방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점포폐쇄와 ATM 운영 중단의 대안으로 화상상담과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라운지’를 내걸었다.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 폐쇄 예정인 영업점 약 40곳 중 27곳을 디지털 라운지로 변환했다.

다만 은행들의 고기능 STM, 무인형 점포 등의 대안마저 노인과 같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치 않은 계층에겐 또 다른 어려움이 될 수 있다. 이에 은행권이 단순 기기 설치뿐 아니라, 노인 고객들을 상대로 디지털 교육을 강화하는 것 또한 과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업점과 ATM 운영 중단은 근본적으로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화에 따른 추세”라면서도 “모바일 거래가 익숙하지 않은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은행들의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은행권에서는 최소한의 ATM 운영 등으로 고객의 편의를 확보해야한다”면서 “당국에서도 은행권의 신규 점포를 내주는 등 승인절차에 있어 ATM·점포 운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기여정도를 평가해 은행권의 금융소외계층 배려를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