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에 62조원 투자하고도 성공 못하는 이유는

WSJ "중, 3년간 6개 반도체 프로젝트에 23억달러 투입, 실패"
중 반도체 기금, 총 520억달러..."식당·시멘트 제조사도 반도체 사업 등록"
전문성·자본 부족·제재 등으로 중 '반도체 굴기' 난관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2022/01/10 08:4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 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있다./사진=워싱턴 D.C. AP=연합뉴스
중국이 삼성전자와 대만 TSMC(臺灣積體電路製造)를 따라잡을 최첨단 반도체 제조사를 만들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기업 발표와 중국 관영매체 보도·지방정부 문건·기업 등록 데이터베이스 ‘톈옌차(天眼査)’ 등을 분석, 중국에서 지난 3년간 최소 6개의 새 대규모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에 대부분 중국 정부 자금인 최소 23억달러(2조7600억원)가 투입됐지만 일부 기업은 단 한계의 반도체조차 생산하지 못하는 등 모두 실패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자국 반도체 회사들이 국내 수요의 17%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해 외국 제조사에 의존해야 하고, 특히 스마트폰과 컴퓨터 프로세서에 들어가는 최첨단 반도체 개발 능력은 더욱 뒤떨어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중요한 우선순위이다.
중국은 2014년경 ‘빅 펀드’로 알려진 반도체 투자에 220억달러(26조3600억원)의 중앙 정부 출금을 포함한 산업지원 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지방정부도 2019년 약 300억달러(36조원)의 두번째 반도체 기금을 설립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이에 중국 전역에 반도체 자금이 넘쳐났고, 음식점과 시멘트 제조가 주요 사업인 일부 기업 등 수만개의 중국 기업이 반도체 관련 사업을 등록했다고 이 신문은 톈옌차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전했다.

이 결과 중국은 설계 등 반도체 제조의 일부 측면에서는 발전을 이뤘지만 일부 기업은 전문성·자본 부족 등으로 도산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했다.

미국이 중국 수출을 막고 있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로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품이다./사진=ASML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6개 프로젝트 중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우한훙신(武漢弘芯)반도체제조(HSMC)와 취안신집적회로(QXIC)다.

이 두 프로젝트는 삼성전자와 TSMC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공정 제품 양산을 시작으로 몇 년 내로 7나노미터 초미세 공정 제품까지 만들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이들 회사는 전직 TSMC 고위 임원을 포함한 대만의 엔지니어 다수를 막대한 연봉 등으로 스카우트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HSMC 프로젝트는 상업적으로 성공하는데 수십억 달러가 들어갈 수 있는 첨단 반도체를 만들기에는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 우한 정부에 의해 2020년 8월 중단됐으며 지난해 6월 공식적으로 폐기됐다.

아울러 중국 산둥(山東)성 지난(濟南) 정부는 QXIC를 인수해 직원들을 내보내기 시작했고, 지금은 기업 운영을 중단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처럼 반도체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가자 중국 정부는 접근 방식을 재조정,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20년 10월 인재와 경험, 그리고 충분한 기술력이 없는 기업들이 반도체 프로젝트를 맹목적으로 시작했다며 이러한 프로젝트를 지원한 관료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WSJ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