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2조원대 리스항공기…조원태 회장 부담 커진다

1년내 갚아야 할 리스부채 5880억
고정비용 매달 490억…이자도 부담
기업 결합 후엔 대한항공이 감당
계약상 자체 정비 용이성도 떨어져
향후 항공사고 리스크 배제 못 해

최서윤 기자|2022/01/17 19:48
2조원대 아시아나항공의 리스부채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앞으로 5년간 갚아야 하는 리스 부채만 총 1조9291억원이어서 매년 수천원의 리스료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업 결합 후에는 대한항공이 이 부채를 감당해야 한다.

단기간에 많은 해외 노선을 확보하기 위해 대거 들여온 리스항공기가 대한항공에 부채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리스항공기의 경우 해외 리스회사와의 계약상 자체 정비가 용이하지 않아 향후 항공 사고 노출에 취약하다는 점도 리스크로 지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및 엔진 등 리스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조56886억원이다. 이 중 리스항공기 규모는 1조9240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이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리스 부채는 최소 5880억원이다. 12개월로 나누면 매달 490억원씩 고정비용이 발생한다. 재무 악화로 인한 신용 하락으로 연이자율 부담도 크다. 항공기 리스 사용 계약 시 아시아나항공의 연이자율은 4.31~5.08% 수준으로 대한항공의 2.74~4.06%보다 높다.
아시아나항공은 대부분 운용리스 형태로 항공기를 보유해왔다. 전체 항공기 81대 중 52대(64.2%)가 리스항공기다. 거액의 항공기를 구매할 여력이 부족했다. 대신 리스항공기를 도입해 즉각 수익 창출을 일으키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구매 대신 리스항공기를 도입해 신식 항공기의 효율적인 도입 등 시장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왔다”고 말했다.

리스항공기 비중은 대한항공의 4.7배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도입시 기준 전체 항공기 154대 중 21대(13.6%)만 리스항공기로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운용리스는 제작사가 아닌 리스회사를 상대해야 하고 리스비용에 이자도 늘어나기 때문에 (대한항공은)항공기 직접 보유 비율이 높다”며 “항공기 주문 규모가 비교적 커서 보잉·에어버스 등 제작사와 직접 협상 시 유리한 지위를 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스항공기 운영 시 고정적인 리스비용뿐만 아니라 항공기 유지·보수·관리 시 리스회사와의 복잡한 계약 조건 이행을 감수해야 한다. 항공기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만 보유하고 있어 책임을 리스회사가 지니기 때문이다. 통상 해외 리스회사와 계약을 맺은 전문항공정비(MRO)업체를 이용한다. 기체 결함 등의 문제 발생 시 자체 정비가 즉시 가능한 자가항공기보다 안전문제에 취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리스항공기는 반납 조건도 까다로워 문제 시 물질적 배상 책임도 존재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리스 당시 수준으로 항공기를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항공기 엔진 등을 분해 수준으로 반환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부실을 감당해야 하는 대한항공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인수합병 절차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2020년 말 1171%에서 작년 3분기 3802%까지 불었다. 코로나19 지속으로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면서 대한항공도 차입금 상환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작년 말 기준 1년 이내 만기 도래 차입금은 총 5조2842억원에 이른다.

한편 대한항공은 오는 21일까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운수권 재배분과 슬롯(시간당 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리스항공기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단 운용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