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건강] ‘단순 노안’ 방치했다 큰 일 나는 안질환 ‘황반변성’

황반 반지름 1.5mm 불과 시력의 90% 이상 역할해
습성 황반변성 시 시력유지 위한 적극적인 치료 필요해

김시영 기자|2022/03/04 14:43
중장년층의 어느날 노안은 시작된다. 잘 보이던 글자도 점차 흐릿해지고, 침침해져 보이지 않지만, 노안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시력저하의 원인이 단순 노안이 아닌 황반변성이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황반변성은 국내 3대 실명질환 중 하나로, 현대 의술로는 완치될 수 없는 안질환이기 때문이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황반변성 환자는 20만1367명으로 2016년 14만5018명보다 약 39% 정도 증가했다. 나이대로는 50~60대 환자가 8만194명으로 전체 환자의 40%를 차지했다. 질병관리본부·대한안과학회 보고에 따르면 40세 이상 눈 질환 유병률 가운데 노인성 황반변성은 13.4%나 됐다.

황반은 반지름이 1.5mm로 크기는 매우 작지만 시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빛을 느끼고 색을 구별하는 등 광수용체인 시세포가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는 것도 황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반변성은 이 황반이 노화·원인질병·유전적 원인 등에 의해서 변성(병리학적 퇴화)된 것으로, 이는 ‘빛을 보는 기능’을 소실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박형직 강남서울밝은안과 대표원장(안과전문의)은 “황반변성의 경우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특별한 징후가 없거나 ‘노안’과 유사해 방치되기 쉽다”면서 “중·장년층 연령대에서 황반변성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어, 해당 연령대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반변성 발생의 대표적인 원인은 노화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발병률도 높아져 ‘노인성 황반변성’, ‘노년 황반변성’이라 불린다. 자외선 또는 블루라이트 등 빛에 의한 손상 등도 노화 현상과 맞물리며 황반변성을 앞당길 수 있다.

황반변성이 진행되면 사물이 구부러져 왜곡돼 보이는 ‘변형시’ 증상이 나타난다. 박 대표원장은 “황반 아래쪽에 신생혈관이 자라나고 이것이 터지며 발생한 출혈이 망막을 볼록하게 만드는데, 편평해야 할 망막이 구부러지면서 사물도 구부러져 보이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심암점 증상’도 있다. 사물의 일정 부분이 상대적으로 어둡게 보이거나 전혀 보이지 않는 현상이다. 문제는 증상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노안으로 인한 시력감퇴로 오해해 치료 타이밍을 놓친다는 점이다. 정기적인 안검진이 필요한 이유다.

시력감소 또는 장애 때문에 안과를 찾았다면 시력과 안압을 측정한 후 세극등검사(현미경)를 통해 전안부 검사를 진행한다. 이때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다면 망막 이상에 의한 시력감소가 원인일 수 있다. 황반변성을 진단하는 대표적인 검사는 빛간섭단층촬영술(OCT)과 형광안저혈관조영술이다. 집에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자가진단법도 있다. 암슬러 그리드(격자)를 이용하는 것으로, 바둑판처럼 생긴 격자무늬로 30cm 간격을 두고 한쪽 눈을 가려 진행한다.

박 대표원장은 “보통 한쪽 눈의 시력이 감소해도 이를 감지하기 어렵다”며 “한 눈씩 가리고 암슬러 그리드 검사를 실시해 주기적으로 시력을 체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반변성 예방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안저검사가 중요하다. 황반변성의 경우 건성과 습성 2가지 형태로 진단된다. 건성 황반변성의 경우 노화로 인해 망막에 노폐물(두루젠)이 쌓이며 망막과 맥락막(망막을 감싸고 있는 막)에 노란색 반점이 생긴 형태다. 증상 진행이 느린 편이고 초기에는 별다른 이상증세가 관찰되지 않는다.

건성 황반변성은 시간이 지나며 습성으로 바뀌는데, 이때부터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습성의 경우 황반 속 시신경과 시세포가 사멸하며 망막과 맥락막에 신생혈관이 자라는데 이 혈관이 혈관층을 넘어 망막까지 도달하면 망막세포를 파괴하고 출혈을 발생시켜 실명 위험도를 높인다.

건성 황반변성의 경우 경과관찰을 통해 증상의 악화를 맞는 관리적 치료가 진행된다. 습성 황반변성이 시작됐다면 시력 유지를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광역학치료(레이저)와 항혈관 생성인자 치료가 대표적인 방법이다.

박 대표원장은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다면 정기적 진료는 필수이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습성 황반변성의 경우 예후가 대체로 좋지 않아 실명할 수 있는 만큼, 시력 보존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