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수습국면 들어가나…젤렌스키, 나토 가입 포기 시사

주성식 기자|2022/03/16 16:40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에 2번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자국을 방문한 페트르 피알라(왼쪽에서 2번째) 체코 총리, 마테우시 모라비에츠(오른쪽에서 4번째) 폴란드 총리, 야네스 얀사(왼쪽에서 3번째) 슬로베니아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 국가 정상들이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면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EPA·연합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을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합동원정군’(JEF) 지도자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언급은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나토 가입 시도를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 중단은 러시아가 개전 이전은 물론 휴전 협상에서도 줄기차게 주장한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자국 안보의 직접적인 위협으로 보고, 이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내비쳐 왔다. 특히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지던 지난달 중순에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을 향해 ‘나토의 동진(東進) 중단을 문서로 확약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다. 수년간 나토의 문이 열려있다고 들었지만, 이미 우리는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러시아 측이 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나토 가입이 불가능함을 인정함으로써 러시아가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명분을 주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우크라이나 측 협상 실무진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나토 가입 포기 시사 언급에 발맞춰 러시아 측에 타협 가능한 협상 카드를 제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협상에서 제시되는 내용에) 근본적인 모순이 있지만, 확실히 타협의 여지도 있다”는 의미심장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측과의 협상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서방 측의 계속된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목표물이고, 우리가 버티지 못하면 모든 것이 유럽에 불리해질 것”이라며 “여러분의 지원 없이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체코의 페트르 피알라 총리, 슬로베니아의 야네스 얀사 총리 그리고 폴란드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 총리 등 3개국 정상은 이날 러시아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해외 정상이 키이우를 찾은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개국 정상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명백한 지원’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날 9시 기차를 타고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키이우를 극적으로 방문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