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략에 ‘입장’ 없는 중국의 모호한 이중 ‘입장’

중국, 러 우크라 침략에 '전쟁과 제재' 반대
주미 중국대사 "중, 러에 군사지원 않아...전쟁 반대"
왕이 외교부장 "나토 동진 반성해야"...'전범' 푸틴 허위 주장 되풀이
부부장 "러 해외자산 몰수 근거 없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2022/03/21 13:1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 시추에이션 룸(상황실)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전쟁과 제재를 반대한다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고위관리들이 국내에서와 국제적으로 뉘앙스가 다른 발언을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친강 주미 중국대사 “중국, 러시아 군사지원 하지 않아...정상적인 무역 관계 유지”
친강(秦剛) 주미 중국대사는 20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중국은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와는 정상적인 무역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 대사는 ‘중국이 러시아에 돈과 무기를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는 허위 정보가 있다”며 “중국이 하는 일은 모든 당사자에게 무기와 탄약이 아닌 식품과 약품·침낭·유아용 음식을 보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우린 전쟁을 반대한다”며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 대사는 특히 시진핑(習近平)이 러시아의 군사작전 이튿날(2월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회담 재개에 대해 생각해달라고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이 이를 들었으며 네 차례 평화 회담이 열렸다고 전했다.

친 대사는 ‘중국이 이 전쟁을 연장하기 위해 러시아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중국은 러시아와 정상적인 무역과 경제·금융·에너지 협력을 하고 있다”며 “이것들은 두 주권 국가 간 정상적인 비즈니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친 대사의 발언은 미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중국 정부 관리들이 특히 국내 상황에서 이 전쟁을 논의할 때 사용하는 어조보다 부드러웠다”고 평가했다.

중국 고위관리들이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 분쟁을 부추겼다고 계속 비난하고, 침공을 정당화하는 러시아의 허위 정보를 계속 증폭시켜왔다는 지적이다.

실제 중국 고위관리들은 국내에서는 러시아의 주장에 공감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전쟁을 도발했다고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를 비판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월 4일 중국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 개막에 앞서 베이징 영빈관 댜오위타이(釣魚台)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 왕이 외교부장 “나토 동진 반성해야”...‘전범’ 푸틴 주장 되풀이...중국, 러시아 제재 반대 목소리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중국 안후이(安徽)성에서 람타네 라맘라 알제리 외무장관과 회담 후 개최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핵심은 유럽 안보 문제이고, 나토의 무한한 동진(東進)은 반성해 만하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왕 부장은 또 “지역 및 국제적인 분쟁 지대 이슈에 대처할 때 전쟁과 제재만이 유일한 옵션이 아니며, 대화와 협상이 근본적 해결의 길이라는 것이 모두의 보편적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나토의 동진 반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명분 중 하나이며 제재 반대는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의 입장이기도 하다.

◇ 중 외교 부부장, ‘나토 동진 않겠다’ 약속 푸틴 ‘허위’ 주장 되풀이...NYT “독일 통일 조약에 나토 동진 금지 조항 없어”

러위청(樂玉成) 외교부 상무(常務·수석) 부부장도 전날 베이징(北京) 칭화(淸華)대 국제전략안보포럼에 참석, 서방측의 러시아 제재에 대해 “세계화를 무기로 삼고 있다”며 “러시아 국민의 해외 자산을 근거 없이 몰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전쟁 범죄자’ 푸틴 대통령이 냉전 종식 때 나토가 동유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한 말을 그대로 반복했다.

NYT는 러 부부장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실제 그 제안은 소련과의 협상 중에 이뤄졌지만 미국·유럽·러시아 관리들이 서명한 독일 통일 최종 조약에는 그러한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NYT는 친 대사와 왕 부장 등 중국 고위관리들의 발언이 국내에서는 러시아를 계속 지지하면서도 국제 시청자에게는 평화와 긴장 완화를 이야기하는 중국의 화술(rhetorical) 전략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국의 신중한 입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중국의 접근법에 미국은 회의적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무부 청사에서 한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이 중립적인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러시아 침공을 비판하는 것을 거부한다며 중국이 푸틴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지지한다고 공언하는 국제 규칙과 원칙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