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폐기’ 내건 尹…원전도 녹색금융 지원 받나

K-택소노미에 '원전 포함' 가능성
환경부, 기술 검토 후 최종안 마련
관계부처 협의·의견수렴 절차 산적
녹색활동 분류 땐 원전 투자 '탄력'

손차민 기자|2022/03/22 06:0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탈원전 폐기’를 공약한 가운데, 최근 환경부에서 원자력 발전 기술 동향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환경부는 유럽연합(EU)에서 발표한 택소노미 최종안을 분석 중이다.

한국은 지난해 원전을 미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K-택소노미를 발표했으나, 이후 공개된 EU 택소노미 최종안에는 천연가스와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로 분류하는 내용이 담겼다.
택소노미는 탄소중립에 투자하는 ‘녹색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활동이 녹색경제활동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이다.

EU가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한 것은 원전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활동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만일 EU와 같이 K-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다면 원전 산업의 투자가 보다 활발해질 수 있다.

환경부는 현재 EU의 택소노미 최종안을 면밀하게 분석 중이다. EU로부터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한 이유, 함께 발표한 조건들에 대한 근거를 요청해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이에 탈원전 기조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된 K-택소노미에는 원전이 담기지 않았으나, 차기 정부에선 원전이 녹색활동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생겼다.

K-택소노미에 원전이 담긴다고 가정해도 상황은 복잡하다. 기존 대형원전보다 크기가 작고 안전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SMR(소형모듈원자로)만 포함될지, 대형원전과 SMR이 모두 담길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더욱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이 SMR 개발과 상용화에 힘쓰는 상황에서 글로벌 추세에 발 맞춰 SMR이 K-택소노미에 분류될 가능성이 나온다.

여기에 윤 당선인이 취임 즉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겠다 밝히며, 원전 자체가 K-택소노미에 포함될 가능성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문제는 K-택소노미 사업이 올해 시범사업에 들어가며,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는 본격적인 시행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환경부가 현재 진행 중인 EU 택소노미의 검토가 끝나도 관계부처와 협의, 전문가 의견 수렴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더 남아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EU 최종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원전 관련 기술 동향 등도 살펴보고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두 함께 챙겨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