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나무가 말 걸고 로리여왕이 반겨주는 ‘동화 속 왕국’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 31일 개장

김성환 기자|2022/03/29 11:54
로티스 매직 포레스트 퍼레이드.7대의 퍼레이드 차량과 화려한 의상의 댄서, 캐릭터가 520m의 코스를 따라 행진한다./ 김성환 기자
부산 기장의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롯데월드 부산)이 31일 문을 연다. ‘롯데월드’ 하면 실내 테마파크가 떠오른다. 여긴 오롯이 야외다. 날씨 영향을 좀 받겠지만 야외 테마파크의 상쾌함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잠실 롯데월드에 가봤으니 됐다’는 생각은 접어두자. 완전 딴 세상이다.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핵심시설인 롯데월드 부산/ 김성환 기자
롯데월드 부산은 기장 오시리아 관광단지 안에 자리 잡았다. 오시리아 관광단지는 숙박, 레저, 쇼핑시설 등을 갖춘 사계절 체류형 복합관광단지로 조성 중이다. 롯데몰과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이 영업 중이고 핀란드 가구 브랜드 이케아도 들어와 있다. 근처의 아난티 코브, 아난티 힐튼 부산 같은 근사한 호텔과 문화공간은 이미 명소다. 특히 아난티 코브의 복합문화공간 ‘살롱 드 이터널 저니’는 일부러 찾는 이들이 많단다. 서점, 카페, 산책로 등을 갖춘 문화공간인데 호텔 투숙객이 아니어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서 반응이 좋다.

얼굴 표정이 변하는 ‘토킹트리’/ 김성환 기자
롯데월드 부산은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핵심시설이다. 추후 중국 등 해외관광객 유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개장 전부터 이미 이 지역 최대 관심사다. “저기 롯데월드가 생긴다 아입니꺼. 여기 사람들은 저거 문 열 날만 기다리고 있어예.” 가는 길에 만난 택시기사는 묻기도 전에 달뜬 목소리로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 사람들은 경주에 있는 경주월드나 양산 통도환타지아, 대구 이월드에 가예. 부산에 하나 생기면 좋지예.”
그럴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 335만명이나 살고 있지만 번듯한 테마파크 하나 없다. 부산의 마지막 테마파크가 문을 닫은 게 2013년의 일이다. 이러니 롯데월드 부산의 얼리버드 연간 이용권이 판매 개시 15분 만에 동이 날만했다. 연면적을 따지면 롯데월드 부산은 서울 잠실의 그것보다 조금 작다. 실내에 층층이 배치됐던 어트랙션이 여기선 평지에 부려졌다. 실내 테마파크는 몰입도가 높고 날씨에 구애 받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그렇긴 해도 꽉 막힌 일상에는 야외 테마파크가 어울린다.

롯데월드 부산의 상징 ‘로리캐슬’/ 김성환 기자
테마파크는 꿈과 희망을 전한다. 이게 존재 이유다. 1989년 지구촌 마을을 테마로 문을 연 잠실 롯데월드는 유럽여행의 동경을 풀어줬다. “그땐 해외여행을 잘 못 갔잖아요. 유럽 각국의 거리를 본떠 꾸며진 곳에서 유럽을 경험하는 거죠.” 하헌민 롯데월드 부산 점장의 얘기다. 롯데월드 부산은 새로운 경험, 판타지를 선사한다. “로티, 로리를 포함해서 롯데월드에서 탄생한 캐릭터가 70여 종이나 됩니다. 이 캐릭터들이 사는 동화 속 왕국이에요. 로리 여왕이 다스리죠.” 6개의 테마 존에는 왕국 유지에 필요한 시설이 들어섰다. 예를 들어 언더랜드는 건축자재나 연료, 보석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그래서 디자인 콘셉트가 웨스턴 스타일의 탄광이다. 꿈같은 스토리가 파크를 아우른다.

롯데월드 부산 한복판의 커다란 ‘토킹트리’를 보면 꿈같은 이야기가 더 실감 난다. 토킹트리는 녹음된 멘트에 맞춰 얼굴 표정이 달라지는 커다란 인공 나무다. “눈동자가 돌아가고 눈썹이 씰룩거립니다. 눈꺼풀, 광대, 윗입술, 아랫입술, 나뭇가지 2개, 뿌리 2개가 움직여요.” 주변의 건물들도 재미있다. 외벽이 구불구불하고 지붕을 위태롭게 걸치고 있다. 여기 상징인 ‘로리캐슬’도 말랑말랑하게 보인다. “캐릭터 요정들은 손가락이 세 개예요. 연장을 다루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건물이 이 모양이 된 거죠.”

시속 105km로 질주하며 360도 회전하는 자이언트 디거/ 김성환 기자
44m 높이에서 수직으로 낙하해 수로를 통과하는 자이언트 스플래시/ 김성환 기자
자이언트 스윙/ 롯데월드 제공
어트랙션 중에서 ‘자이언트 디거’와 ‘자이언트 스플래시’는 꼭 타봐야 한단다.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것들이다. 자이언트 디거는 롤러코스터다. 시속 105km로 질주하며 360도 회전한다. 전 세계 8대밖에 없단다. 자이언트 스플래시는 물이 고인 수로를 통과하는 워터코스터다. 44m 높이에서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며 수로를 통과하는데 물벼락을 피할 우비가 필수다. ‘자이언트 스윙’도 있다. 잠실 롯데월드의 인기 어트랙션인 ‘자이로 스윙’의 빅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40인승 좌석이 달린 거대한 추가 시속 110km의 속력으로 120m 길이의 구간을 그네처럼 왔다 갔다 한다. ‘테마파크의 꽃’은 퍼레이드다. 여긴 ‘로티스 매직 포레스트 퍼레이드’가 있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댄서와 캐릭터들이 7대의 퍼레이드 차량을 앞세워 행진한다. 퍼레이드 행렬이 ‘로리캐슬’ 앞을 지날 때는 정말 동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의 스카이캡슐/ 김성환 기자
송정해변/ 김성환 기자
롯데월드 부산에선 옛 송정역이 가깝다. 차로 5분 거리다. 요즘 해운대에서 가장 ‘핫’하다는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해변열차가 여기서 출발한다. 이걸 타고 해운대로 넘어가도 좋다.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는 부산에서 울산, 경주를 거쳐 포항에 이르는 옛 동해남부선 철도를 활용한 관광시설이다. 복선전철화 되며 폐선이 된 4.5km 구간에 해변열차가 운행한다. 송정(정거장)에서 청사포(정거장)를 거쳐 미포(정거장)에 닿는데 이 구간 풍광이 참 수려하다. 해변열차는 좌석이 모두 바다 쪽으로 난 창문을 향해 있어 구경이 편하다. 연인들은 청사포에서 미포까지 이어진 스카이캡슐을 많이 탄다. 기차 모양의 캡슐인데 기존 철도 위에 설치된 공중 레일을 달린다. 약 2km 구간이다. 시야가 높아진 만큼 풍광이 잘 보인다. 백사장 너른 송정해변도 멀지 않다. 여긴 서핑의 메카가 됐다. 마음 급한 서퍼들이 벌써부터 바다로 뛰어든다.

기장 죽성마을 ‘드림성당’/ 김성환 기자
롯데월드 부산에서 기장 임랑해변까지 이어진 해안도로는 봄 드라이브에 어울린다. 풍광 좋은 곳에 멋진 카페들이 많이 생겼다. ‘멸치의 메카’ 대변항에는 봄멸치가 물이 올랐다. 소셜미디어(SNS) 사진 명소인 죽성마을 ‘드림성당’에도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동화 속 왕국을 탐험하고 주변 여행지를 둘러보면 하루 이틀은 금방 간다. 이러니 부산 간 김에 롯데월드 부산을 들르겠다고 생각할 일은 아니다. 여기 간 김에 부산까지 구경하겠다고 마음먹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