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집값 들썩…재건축 특별법 ‘속도 조절론’ 부상

분당·일산 '신고가' 단지 속출
당분간 아파트 매매가 우상향 전망 우세
들썩이는 집값에 재건축 규제 완화 걸림돌 우려

이민영 기자|2022/04/05 17:58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이 꿈틀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공약에 따른 재건축 기대감 때문이다. 일산신도시 전경. /사진=고양시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이 꿈틀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공약에 따른 재건축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이 되레 특별법 제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동안 주춤하던 1기 신도시 집값이 상승세를 탈 경우 윤 당선인이 부동산 공약을 이행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는 정비사업과 관련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 안전진단 완화, 용적률 상향,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경기 성남시 분당과 고양시 일산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으로 전환하거나 상승세로 돌아섰다. 고양시는 전주 0%에서 지난주 -0.01%로 하락했지만 일산신도시인 일산서구(0.03%)와 일산동구(0.03%)는 상승세를 보였다. 분당신도시가 있는 성남 분당구도 전주 -0.01%에서 0%로 보합 전환했다.
분당·일산 신도시에선 지난 대선 전후로 신고가를 기록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에 위치한 백송마을 풍림아파트 전용면적 59㎡형은 지난달 24일 4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져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직전 신고가는 3억7500만원이었다. 성남시 분당구에 들어선 판교 알파리움2단지 전용 129㎡형도 지난달 23일 24억6000만원에 팔리면서 2020년 6월 거래가 이뤄진 종전 신고가 19억7500만원을 갈아치웠다.

매도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가격)도 오르고 있다. 지난해 8월 최고가(7억9000만원)에 팔린 후 거래가 없던 분당신도시 무지개마을 12단지(전용 59.98㎡)는 최근 8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1기 신도시 집값 상승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정비사업 활성화로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지면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새 정부의 재건축 수혜가 예상되는 1기 신도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역풍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거세진 재건축 기대감이 되레 규제 완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분당과 일산신도시 집값이 들썩일 경우 차기 정부가 마냥 재건축 규제를 푸는 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비사업 규제 완화 속도 조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당분간 재건축 기대감에 따라 노후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우상향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집값 안정’에 있는 만큼 이를 달성하려면 규제 완화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기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는 지난 4일 “수도권이나 중요 지역에 공급을 늘린다는 차원에서는 (재건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면서도 “속도가 빨라지면 그 자체가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방법론을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