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닮은꼴 중대재해’ 반복…현대중공업, 달라진 게 무엇인가

최서윤 기자|2022/04/07 18:28
“21일 오후 4시 4분쯤 울산 현대중공업 선박 건조현장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이나 노동자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익숙한 이 사고 소식은 2014년 4월 발생한 중대재해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사고 발생 8일 만에 안전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개편하고, 안전총괄책임자를 전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하는 등 안전 관리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사고를 기점으로 작업중지권도 발동하기 시작했다. 여러 재발방지책을 쏟아냈지만 매해 10명꼴로 사망사고는 반복됐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선사고 후대응’ 패턴은 비슷하다. 중대재해 근절을 위해 지난 3월 대표이사가 참석하는 안전경영위원회를 신설했고, 각 사업부 안전조직을 통합해 안전통합경영실로 개편했다. 올 초 최고안전책임자(CSO)로 새로 선임된 노진율 사장은 “다시는 사망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과거와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렵다.

사고 대부분은 노후설비에서 일어난다. 올해 1월 크레인과 철제기둥 사이에 끼인 노동자의 죽음과 지난달 역화방지장치(불꽃의 역화를 막는 안전기) 미작동으로 가스절단기 호스가 폭발해 화상을 입은 노동자의 사고가 그랬고, 지난 2일 같은 종류의 절단기 폭발 사망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일터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건 전해 듣는 입장에서도 충격적이다.
지속적인 중대재해 발생은 작업 중단에 따른 생산 차질 등 기업 경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재에 따른 연간 손실액은 29조9841억원(2020년 기준)에 이른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 HD현대의 한 해 매출과 맞먹는다. 원청의 공사 기간 단축, 비용 절감 압박을 받는 하청업체 위주 작업도 안전 위협 요소다.

경영진 시각은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개최한 산재 청문회에서 한영석 대표이사 부회장은 “사망사고는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에 의해 일어났다”고 말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한 부회장은 바로 사과했지만, 그때와 지금 노동자 사고를 바라보는 경영진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의문이다.

거대한 크레인과 철판, 각종 산업기계가 즐비한 조선 제조 현장은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다. 끼이고, 깔리고, 추락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사고의 반복이다. 논어 위령공편에서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고 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잘못이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