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인빅터스 게임과 한국 방산기업

이석종 기자|2022/04/22 06:00
이석종 정치부 국방전문기자
국가를 위해 희생한 모든 이들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특히 그들이 전장에 나가 부상 당한 군인이라면 국가와 국민은 이들의 희생에 더욱 보답해야 한다.

전세계 상이군인들에 대한 존경과 존중을 담은 축제 ‘인빅터스 게임(Invictus Games·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열렸다. ‘인빅터스 게임’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대회가 아니다. 스포츠의 힘을 이용해 부상당한 이들의 회복과 재활을 돕고, 조국을 위해 희생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존경을 높이는 기회의 장이다. 이번 대회에는 처음 출전한 한국 선수단을 비롯해 총 17개국에서 500여 명의 상이군인 선수들이 출전했다. 이들은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스포츠 경기를 통해 신체의 장애를 극복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재창조의 여정을 함께 걸었다.

이런 의미 있는 행사를 위해 각국 정부와 방산기업이 후원에 나섰다. 해리 영국 왕자가 창설한 대회인 만큼 영국의 자동차 회사가 메인 후원사를 맡았고, 우리에게 익숙한 글로벌 방산기업들도 후원사에 이름을 올렸다. 몇 몇 국가 선수단의 유니폼에는 자국 방산기업 로고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이탈리아 선수단은 국방부가 제공한 군용기를 타고 대회에 출전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전쟁중인 우크라이나는 국방부 차관이 직접 선수단을 이끌고 참가했다.
그저 부럽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두 팔에 의수를 한 중증장애인 국가유공자 선수가 이코노미석 가운데 자리에 끼어 앉아 14시간을 비행해야 하는 현실이, 화물 무게 걱정에 경기에 필요한 장비를 가져오지 못해 다른 나라 선수 장비를 빌려 포환 던지기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현실이, 유니폼이 2벌 밖에 지급되지 않은 탓에 휠체어에 의지해 자신의 몸 씻기에도 바쁜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다음날 입을 유니폼을 빨아야 하는 현실이.

다음 대회는 내년에 독일에서 열린다고 한다. 독일 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의 가슴에 태극기와 함께 수출에 힘 쏟고 있는 한국 방산기업의 로고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