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종료에 회식까지…‘엔데믹 블루’ 겪는 직장인들

2년간 굳었던 비대면 생활습관, 다시 바꿔야
출퇴근부터 회식 등 사회생활 재적응 '스트레스'
육아 걱정에, 직장내 괴롭힘 우려도

이선영 기자|2022/04/24 14:58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에 지난 20일 점심시간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직장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일상회복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2년간 진행된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근무로 전격 전환되는 직장이 많아지면서 다시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우려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취재를 종합하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른바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블루’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는 거리두기 등으로 ‘코로나 블루’(우울감과 불안)를 겪었다면, 이제는 거리두기 해제로 이전의 대면 사회생활로의 복귀를 앞두고 ‘엔데믹 블루’를 느낀다는 것이다. 우울감과 불안까지는 아니어도 2년간 굳어진 비대면 생활습관을 다시 바꿔야 하는만큼 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의도 직장인 고모씨(30)은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할 때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 이제 무조건 출퇴근을 해야 하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거리두기로 사라졌던 회식이 다시 늘어나는 것을 걱정하는 직장인도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서 1시간 거리인 여의도까지 출근하는 이모씨(34)는 “회식을 하면 빨라도 10시에 끝나는데, 집까지 거리가 있다보니 삶의 질이 다시 떨어질 것 같아 벌써부터 괴롭다”고 토로했다.

특히 육아를 하는 직장인들 역시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재택근무가 종료되는 것을 걱정했다.

인천에서 서울 군자동까지 출퇴근 해야 하는 이모씨(43)는 “그동안 재택근무가 가능해 아이 돌보기가 수월했는데, 5월부터 다시 출퇴근을 하게 되면서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며 “직장이 멀어 잠도 부족한데다, 여전히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확진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걱정도 늘고 있다. 이모씨(27)는 “재택에서 출퇴근으로 바뀌게 되면서 강아지를 장시간 혼자 두게 됐다”며 “집을 나설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대면접촉이 많은 사무실 근무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다시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오훈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코로나19 방역 지침 완화로 재택근무가 사무실 근무로 전환되면서 괴롭힘이 우려된다는 상담이 접수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