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단 둔촌주공 사태에… ‘신탁 재건축·재개발’ 뜬다

신탁사가 사업비~분양까지 책임
사업 투명성으로 공사 지연 최소
서울·수도권 곳곳서 빠르게 추진
총 분양금 2~4% 수수료는 '단점'

이철현 기자|2022/04/27 16:28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중단 사태를 계기로 신탁 방식 재건축·재개발이 주목을 받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건설 현장. /제공 =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사태를 계기로 신탁 방식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가 시행을 맡아 사업 전반을 투명하게 관리하면서 빠르게 추진하고, 조합과 시공사 갈등에 따른 공사 지연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은 경기 군포시 금정역 역세권 재개발사업 준비위원회와 함께 사업시행자 지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군포시는 지난해 12월 30일 금정역 역세권 재개발 사업 등 2개 구역의 정비구역 지정을 고시, 기존 뉴타운 사업 무산 후 장기간 표류 상태였던 금정역 일대 노후지역 재개발이 추진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규원 금정역 재개발 준비위원장은 “한국토지신탁과 긴밀히 협업해 경기 서남부 권역을 대표하는 재개발 사업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수도권 곳곳에서 신탁 방식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탁 방식 재건축·재개발은 부동산 소유주로 이뤄진 조합 대신 부동산 신탁사가 시행사를 맡아 사업비 조달부터 분양까지 모든 절차를 진행한다. 이렇다 보니 통상 조합 설립에서 준공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사업 기간이 6년으로 크게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코리아신탁이 시행한 경기 안양시 동안구 진흥·로얄 재건축 사업(‘한양 수자인 평촌 리버뷰’)은 2016년 9월 시행자 지정 후 불과 5년 만인 지난해 11월 준공해 주목을 받았다. 서울에선 관악구 봉천 1-1구역,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서대문구 북가좌 6구역,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등이 신탁 방식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반적인 재건축 사업은 조합이 시공사 선정, 각종 인허가, 분양 등 모든 절차를 맡아 진행한다. 이같은 방식은 조합 집행부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조합원 간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각종 비리로 조합 집행부가 바뀌면서 사업이 기약 없이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업이 지체되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탁사가 시행을 맡으면 조합을 설립하지 않아도 돼 추진위원회 구성에서 조합 설립 인가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시공사 선정은 ‘사업시행인가 후’에서 ‘시행자 지정 후’로 앞당겨진다. 조합의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신탁사가 초기 사업비를 조달할 수도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신탁사는 보통 총 분양금의 2~4%를 조합에게서 수수료로 받는다. 보통 수십억~수백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인데 조합원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서울에선 아직까지 신탁 방식을 통해 사업을 완료한 단지가 한곳도 없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소규모 단지이거나 주민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지 않은 곳은 조합 방식을 택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