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차 ‘성지’ 제주도 가보니…초소형·폐배터리 대응 준비 ‘착착’

6일까지 개최된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가보니
초소형·자율주행 모빌리티 눈길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폐배터리 활용 방안 구축
폐배터리, 농업용 기계에 재활용

박완준 기자|2022/05/06 07:00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삼성SDI가 참석해 초소형 전기 모빌리티에 자사에서 만든 배터리셀을 장착했다. /사진=박완준 기자 @press-jun
‘국내 전기차 보급률 1위’ 타이틀을 갖고 한국의 첫 전기차 성지로 불리고 있는 제주도. 자동차 전용도로가 제주에 없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등이 초소형 전기차를 생산 및 테스트를 할 수 있다는 게 그 배경이다.

이에 제주 도로에서는 내륙 지역과 달리 차체가 작고 특이한 외형을 가진 전기 모빌리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빠른 만큼 폐배터리도 가장 먼저 회수되는 지역으로, 향후 폐배터리 재활용에 따른 대응 방안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다.

제주에서 9회를 맞은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가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돼 직접 방문했다. IEVE에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인 테슬라와 폴스타가 참여했지만, 다른 행사들과 달리 초소형 전기차 마이브, 삼륜 전기차, 무인 잔디깎이 등 다양한 전기 모빌리티 기업도 참석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제주에서 9회를 맞은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에 전시 중인 초소형 전기차 ‘마이브 m1’ 모델. /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그중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수 없는 초소형 전기차 마이브 부스 앞에는 많은 사람이 위치해 큰 관심을 보였다. 직접 마이브 좌석에 앉아본 관람객 A씨(28·경기 수원시)는 “처음 본 작은 외관에 내부 모습이 궁금했다”며 “직접 내부에 앉아보니, 기존의 완성차와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어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종배 마이브 대표는 “초소형 전기차인 ‘마이브 m1’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소비자에게 냉정하게 받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싶어 참가했다”며 “초소형 전기차 ‘마이브 m1’은 한 번 충전하면 100㎞를 갈 수 있지만 제주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없어 성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테슬라와 폴스타는 시승 행사를 통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평소에 전기차를 시승할 기회가 없는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또 BMW와 손잡고 IEVE에 참석한 삼성 SDI는 자사에서 만든 배터리셀을 더한 ‘BMW iX’ 차량 실물을 선보여 현장에서 이목을 끌었다.

BMW iX는 삼성 SDI의 ‘젠5(Gen.5)’ 배터리셀로 만든 ‘배터리팩’이 장착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620㎞,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제로백은 4.1초대다. 충전시간 역시 34분(200kW DC)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BMW IX 모델. /사진=박완준 기자 @press-jun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테슬라가 참가해 모델 3를 전시했다. /사진=박완준 기자 @press-jun
IEVE를 둘러본 뒤 전기차 보급률이 제일 높은 제주가 향후 수명을 다한 전기차 배터리인 ‘폐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하는 지 살펴보기 위해 제주테크노파크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도 방문했다. 현행법상 폐배터리는 화재·폭발성 위험성 때문에 해상운송안전규칙과 해상운송보완규칙 등에 따라 재처리 없이 해상운송을 할 수 없다. 폐배터리 1개 운송비는 138만원으로, 제주는 지난 2020년 12월까지 출고된 도내 전기차 2만여대의 폐배터리를 내부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등록 전기차가 2만5571대로 국내 지자체 가운데 전기차 보급률 1위를 기록했다. 이에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를 통해 수거한 폐배터리는 230여개로 2024년에는 2만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본다.

제주테크노파크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 보관 중인 전기차 하부에 장착된 배터리가 보관 중이다. /사진=박완준 기자 @Press-jun
하지만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를 방문하고, 위와 같은 우려는 사라졌다. 이미 전국 최초로 폐배터리 활용 시장과 산업화를 위해 ‘폐배터리 전주기 체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체계는 폐배터리의 성능에 대한 각종 검사, 등급 분류, 상태별 활용 분야 발굴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는 폐배터리 전주기 체계를 통해 대기환경보존법에 따라 수명이 종료된 전기차의 배터리 회수→안전→보관→시험평가→보급→연구지원이라는 원스톱 생태계를 구축하여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했다.

실제로 폐배터리를 검수할 수 있는 공장에 들어가자 회수된 전기차 배터리들이 층층이 보관돼 있었다. 아울러 잔존가치 평가를 위해 배터리팩 장비 3채널, 모듈 장비 26채널을 보유해 배터리의 용량, 임피던스 등을 통한 건전성 시험과 환경부 배터리 매각기준 고시에 따라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의 평가, 개발용 보급을 위한 시험 대응도 가능한 수준을 갖췄다.

제주테크노파크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 폐배터리를 베터리 셀, 모듈, 팩으로 나눠 보관 중이다. /사진=박완준 기자 @press-jun
성능 검사가 끝난 폐배터리들은 제주에서 1차산업, 관광산업 재생에너지 연계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돼 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제주는 따릉이와 전동 휠체어, 능용고소차량 등 민간 비즈니스 모델(BM)과 신재생에너지와 공공시설, 가정·사무용 연계형 ESS 시설 등 공공 BM에 폐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50kW급 이동형·농업용 농기계에 활용돼 감귤 농장에 투입되는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이동훈 제주테크노파크 활용기술개발팀장은 “아직 제주에서 페배터리를 활용하는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며 “안전성 확보와 지역 내 활용, 다른 지역 반출을 위해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이를 수행하는 기관이 필요하며, 배터리 인증 시험 대행, 사용 후 배터리 성능·안전성 검사 기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