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미사일 발사 침묵에 ‘미사일’ 아닌 ‘위성’ 시험 가능성 제기

일각서는 새정부 출범이후 한중관계 악화 우려한 중국이 北 압박

이석종 기자|2022/05/05 14:57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4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 상공을 고공정찰기 U-2S가 선회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4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북한매체들이 이례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사일이 아닌 정찰위성 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중국이 한·중 관계 악화를 우려해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5일 “북한 매체들이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이번 발사가 미사일이 아닌 정찰위성 발사를 시험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은 “이번 발사에 사용된 미사일은 지난 3월 16일 발사에 실패한 ‘화성-17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 ‘화성-15형’ 등 기존 ICBM일 확률이 높다”며 “북한은 화성-17형을 활용해 군사위성을 쏘아 올리려고 하고 있지만 지난번 발사 실패의 원인 분석과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니까 이른바 ‘플랜 B’로 화성-15형 등 기존에 개발한 ICBM을 활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 위원은 “북한이 4일 쏜 ICBM의 정점고도가 780㎞ 밖에 안 나온 것으로 미뤄 볼 때 북한이 생각하는 중량의 탑재체를 기존 ICBM의 1단 추진체로 얼마나 올릴 수 있는 지 등을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4일 쏜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470㎞)와 정점고도를 보면 지난 2월 27일(사거리 약 300·정점고도 620㎞)과 3월 5일(사거리 270㎞·정점고도 560㎞)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발사와 유사하면서도 앞의 두 차례에 비해 오히려 훨씬 멀리 이동하고 더 높이 상승했다”며 “그러므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북한의 기술적 능력이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 센터장은 “이 같은 기술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공개하지 않은 데에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의 고조와 그로 인한 한·중 관계의 악화를 바라지 않는 중국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또 정 센터장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 당선 이후 중국의 적극적인 대 한국 외교에 비춰볼 때 중국이 북한의 무력시위를 자제시키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중국은 윤 당선인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비례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추가 배치하는 등 한·중 관계가 악화되고 새 정부가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참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센터장은 “이 같은 중국의 입장이 북한의 핵실험까지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대북 지렛대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그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윤 당선인과 새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것처럼 ‘한·중 정상 교환방문 및 고위급 간 교류·소통 강화, 실질협력 증진을 통한 상호존중과 협력에 기반한 한·중관계 구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