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폴리텍, ‘산학협력’의 모델…반도체·AI 인재 육성

반도체사 밀집한 충북지역 맞춤 인력 배출하는 청주캠퍼스
선제적 뿌리기술·AI기술 융합 교육 통한 디지털 산업 맞춤 인재 양성하는 광주캠퍼스

박지숙 기자|2022/05/31 14:01
한국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의 반도체시스템과 학생들이 반도체 생산 현장과 동일한 클린룸에서 실리콘웨이퍼 식각 장비 분해 및 조립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제공=한국폴리텍대학
한국폴리텍대학이 산학 맞춤 교육으로 국가 성장 핵심 동력인 반도체와 인공지능 분야의 인력 양성에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팩토리와 반도체 분야 인재 육성에 집중하는 청주캠퍼스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광주캠퍼스가 높은 취업률뿐 아니라 지역경제까지 이끌고 있다.

지난 26~27일 찾아간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의 실습 및 개발 열기가 뜨거웠다. 청주캠퍼스의 경우 취업률 82.0%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충북도 내 취업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 대기업과 우량기업들에 취업해 일자리의 질도 높다.

폴리텍대학은 실제 현장과 동일한 조건에서 실습을 해 현장에 바로 투입되어도 큰 어려움이 없는 인재로 육성한다. 이날 만난 반도체시스템과 학생들 역시 반도체 생산 현장과 동일한 클린룸에서 기업들이 실제 사용하는 반도체 제조 장비를 활용해 반도체 제품을 직접 설계·제작을 진행했다.
폴리텍은 정부의 K-반도체 전략과 연계한 전문 반도체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폴리텍 반도체 인력 양성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경기도 안성에 반도체융합캠퍼스를 출범하고, 소재(성남), 후공정(아산), 장비 유지보수(청주) 전문인력을 지난해만 830명을 배출했다.

특히, 청주캠퍼스는 반도체 기업 약 120개 사가 모여 있는 충북지역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산학 맞춤 인재양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시스템과는 취업률 92.4%로 전국 전문대 반도체 관련 학과 중 취업률 1위를 기록했다. 또한, 반도체 기업이 청주캠퍼스에 기증한 진공증착기, 웨이퍼 식각기 등 174억 원 상당의 고가 장비는 반도체 미래 인력 양성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하정우 반도체시스템학과장은 “총사업비 135억 원 규모의 반도체 인력 양성센터도 설립해 K-반도체 재도약의 키를 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메카트로닉스과에서 스마트팩토리 특화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해 반도체 자동화 공정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학생들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프로젝트 실습을 통해 스마트공정 운용 실무를 경험한다. 최근 취업률 81.2%, 취업유지율 92.9%를 기록했다.
한국폴리텍대학 러닝팩토리는 학과·전공이라는 칸막이를 벗어나 다양한 기술, 다양한 공정 참여 경험을 산업현장과 동일하게 제공하는 통합 실습 교육환경이다. 광주캠퍼스 학생들이 스마트팩토리융합기술센터에서 프로젝트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제공=한국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는 기계, 금형, 산업설비 등 지역 내 뿌리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한 인공지능융합(AI+x) 인재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광주시의 역점 사업인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 등 지역 인공지능(AI)산업 생태계의 맞춤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신설된 AI융합과는 1기 수료생 취업률이 94.4%를 기록했다.

본관 1층 창의융합기술센터는 설계부터 생산, 검사까지 모든 생산 공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실제 공장과 같이 구현해 광주캠퍼스의 자랑이다. 교내 모든 학생이 공작기계, 용접기, 로봇, VR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AI융합기술센터는 로봇, 가공장비 등 생산 기반 하드웨어의 데이터를 축적·활용할 수 있는 거대한 스마트 공장의 두뇌를 구현해 놓았다. 학생들은 생산 공정 하드웨어 인프라뿐 아니라 시스템, 네트워크 등 소프트웨어 인프라도 경험할 수 있다.

대학 관계자는 “이러한 통합실습 교육환경을 ‘러닝팩토리’”라며 “학과·전공이라는 칸막이를 벗어나 다양한 기술, 다양한 공정 참여 경험을 산업현장과 동일하게 제공해 폴리텍만의 융합형 현장 인재를 기르겠다는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광주캠퍼스는 화천기공과 산업협력을 맺어 인재 양성 모범 사례로 꼽힌다. 화천기공은 공작기계 업계 3강 기업으로 창의융합기술센터의 CNC(수치제어 가공장비) 실시간 모니터링 및 생산데이터 분석·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을 지원한다.

광주캠퍼스를 졸업하고 2010년 입사한 김우경(42)씨는 컴퓨터응용금형과 재학 당시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코치로 통합제조분야 금메달을 2회 수상한 인재다. 그는 “졸업까지 현장 기술 감각을 잃지 않은 비결은 산업체 출신 교수님의 지도와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교육환경 덕분”이라고 말했다.

폴리텍은 교원 1인당 10개 내외 우량업체를 전담하는 ‘기업전담제’를 운영해 최신 기술 동향 파악, 기업 맞춤 인력 공급, 기업 애로 기술 지원을 통한 산학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폴리텍은 코로나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었던 최근 3년간 평균 취업률 80.1%로 일반대학(62.9%), 전문대학(70.2%)과 매년 10% 안팎의 격차를 둘 수 있었던 비결로 꼽는다.

조재희 이사장은 “1980년대 고도성장기 제조업 중심 산업인력 양성을 선도한 한국폴리텍대학은 2010년대 초 저성장기 실업자 훈련을 중심으로 사회안전망을 수행해왔다“며 “향후 10년 디지털·저탄소 경제 전환을 ‘제2 고도성장기’의 기회로 삼기 위해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로봇 등 핵심 산업 인재 양성에 민관산학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폴리텍은 오는 9월 13일부터 2년제학위과정 수시1차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올해 모집인원은 전국 28개 캠퍼스 155개 학과, 총 663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