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키오스크 알려드려요”…어르신 ‘디지털 소외’ 해소 나서는 지자체들

55세 이상 고령층 중 키오스크 이용률 절반 안 돼
서울시 등 지자체도 어르신 대상 디지털 교육 개설
전문가 "고령층 배려한 교육 시스템·홍보전략 필요"

박예슬 기자|2022/06/09 15:53
시청 시민청 내 스마트서울전시관의 디지털 체험존에서 키오스크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우리는 그냥 주는대로 먹는 게 좋아요. 그런데 화면에서 자꾸 ‘옵션’을 추가하라느니… 뭘 눌러야 할 지도 잘 모르겠고, 일단 조작법 자체가 번거로워요.”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A씨(50대·여)는 키오스크를 딱 한번 이용해본 뒤 다시 이용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 또래들, ‘5060’들이라면 키오스크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할 것”이라며 “누군가 옆에 꼭 붙어서 가르쳐준다면 좋긴 하겠지만, 관심도 별로 없고 잘 따라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상승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특정 시간대에 고객이 주로 몰리는 외식업 특성 등을 감안해 매장 내 키오스크 설치가 늘고 있다. 주문과 결제 등 단순업무에 직원을 고정배치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낫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키오스크 판매량은 업계 추산 3만 대 정도로 지난 2018년(1만 대)에 비해 3배나 늘었다.
문제는 키오스크가 디지털 기기에 익숙치 않은 노령층에는 큰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최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55세 이상 고령층의 키오스크 이용률은 45.8%에 그쳤다. 주된 이유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 ‘필요가 없어서’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 등이었다.

서울시는 어르신들의 ‘디지털 소외 현상’을 해소하겠다며 지난 4월부터 디지털 역량강화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어디나 지원단’이라는 이름으로 수강생 또래의 강사진을 꾸려 교육에 나섰다. 어디나 지원단은 올해 수강생 1만여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시는 또 청사 시민청 내 스마트서울전시관·구로 스마트홍보관·창동 아우르네 내 스튜디오 체험관 등 3곳에 ‘디지털 체험존’을 열고 실제 크기의 키오스크를 활용한 교육을 하고 있다.

추세에 발맞춰 자치구 차원에서도 많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금천구·관악구·양천구도 고령층을 대상으로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는 정보화교육에 나선 상태다. 이달부터는 송파구가 키오스크 교육을 시작했다. 송파구는 송파시니어클럽 내에 키오스크존을 마련해 만 50세 이상 수강생을 대상으로 관련 강의를 진행한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교육 과정을 지속해서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디지털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배려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과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노석준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은 스마트폰·키오스크의 다양한 기기나 프로그램들의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비슷해보여도 겉모양이 바뀌면 다시 낯설어지는 것”이라며 “음식 주문, 증명서 발급 등 다양한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교육과 보다 넓은 범위에서 다루는 기기·프로그램을 늘리는 등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어르신들은 디지털기기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이를 줄이고 부담을 덜 수 있을 만한 홍보 전략도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