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군 ‘여행자센터’는 대기업 ‘캐릭터상품판매점’?

지난해 경북도공모사업으로 여행자센터 준공
기업과 협약 후 수의계약으로 임대
주민,본연의 기능 상실 주장, 수의계약 문제점 지적

조준호 기자|2022/06/12 11:08
경북 울릉군이 공모사업으로 저동항여객선 터미널 옆부지에 지은 ‘여행자쉼터’ 전경이다./조준호 기자
경북 울릉군이 공모사업으로 지은 ‘여행자센터’가 ‘캐릭터샵’ 혹은 ‘상품판매점’으로 기능이 바뀐 듯한 인상을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안겨주고 있어 도마에 올랐다.

저동항여객선터미널 옆에 세워진 여행자센터 앞에는 건물 이름의 대형 캐릭터가 설치돼 있다. 군이 운영하는 여행자센터라면 군 상징물과 홍보 사진물, 영상 등이 있어야 하지만 찾아보기 힘들다. 이곳이 여행자센터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흔적은 작게 도안된 간판 밖에 없다. 그것도 캐릭터 이름과 함께 표기돼 있다.

12일 울릉군에 따르면 여행자센터는 2019년 경상북도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원받은 도비 5억원으로 지난해 8월 준공후 올해 문을 열었다. 이 건물은 협소한 저동항여객선터미널을 보완하고 캐리어 보관 장소 제공 등 지역을 방문한 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해 건립됐다.
그러나 군은 지난해 준공 후 개장을 미루다가, 관광안내소 공간을 제외한 전체 공간을 모 대기업에 수의계약으로 5년간 임대하기로 한 뒤 문을 열었다. 1년간 임대금은 1800만원가량이다.

이후 당초 취지와 달리 센터 내부가 울릉도가 아닌 캐릭터 홍보로 도배돼 있다시피하고 캐릭터 상품 판매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을 본 일부 주민들이 군 홈페이지와 SNS에 지적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군은 “이곳이 대기업과 협약을 체결하고 민간경영기법을 접목해 더욱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며 홍보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일정기간동안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양도나 대여, 매각 등의 행위도 만찬가지다.

울릉군 여행자쉼터 내부 전경. 울릉군에선 중앙계단 옆으로 앉는 공간이라 설명했지만 이곳에 가판대가 들어서 있다./조준호 기자
이와 관련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임대 시 공개 입찰 등이 없이 진행된 수의계약과 터무니없이 싼 임대료 등을 둘러싸고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또 여행자센터에서 판매되는 물품이 과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지역 특산품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군은 “지역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해당지역특산품 또는 해당지역생산제품 등을 생산·전시 및 판매하는데 필요하다고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며 “절차상 전혀 문제는 없다. 지적된 부분에 대해 여행자쉼터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