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일회용컵 잡으려다 커피값 놓칠라

김서경 기자|2022/06/15 00:08
김서경 생활과학부 기자.
환경부가 일회용 컵 회수율을 높이고자 도입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시행일을 이달 초에서 12월로 미뤘다. 소비자는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서 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할 때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어디서 음료를 구매했든, 시행 대상 업체를 방문하면 보증금을 챙길 수 있다.

제도 시행이 미뤄진 이유는 업계 반발이 거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일회용 컵을 쓰는 커피와 음료, 제빵 업계만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 제도의 형평성을 지적했다. 또한 컵을 확인하고, 보증금을 걸러주는 과정으로 업무가 가중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제도를 시행하면 점주는 일회용 컵마다 보증금 반환 여부를 확인하는 바코드(라벨)를 부착해야 한다. 바코드 비용은 개당 약 7원으로, 여기에 반환된 컵의 처리비 4~10원을 더하면 최대 17원의 추가 비용 발생이 든다.
점주들은 아메리카노 한 잔을 5000원에 팔면서 17원 손해본다고 성토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회수한 컵의 바코드를 일일이 확인하고, 거스름돈을 내주는 데 있다. 현 제도에 따르면 자원순환 보증금은 현금이나 계좌로 받을 수 있다. 특히 가장 대중적인 수단인 신용카드가 빠졌다. 5월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금융 수단으로 신용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신용카드는 금액, 건수 사용 비중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업계는 보증금 300원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카드사에 지불하지만, 컵을 돌려받더라도 이를 돌려받지 못한다.

아울러 이 과정 자체가 인건비 부담을 시사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메뉴 제조와 설거지 등 기존 카페 업무에 새로운 일이 추가된다는 점에서다. 특히 점심시간 후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커피 전문점에서 바코드로 인한 불편함이 두드러질 수 있다.

업계 부담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제도 시행을 신중히 해야하는 이유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산업 전방위에서 물가가 치솟고 있다. 정부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