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첫 째도, 둘 째도, 셋째도 기술…열심히 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1박12일' 유럽출장 귀국
반도체 장비 확보·유럽 첨단 기술 동향 살피러 출장
2차전지 배터리 고객사 독일 BMW 만나…車 시장 변화 관찰

박지은 기자|2022/06/18 10:08
유럽 출장길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도 기술 같다. 열심히 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8일 유럽출장 후 김포공항 전용기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지난 7일 출국 후 12일만의 귀국이다. 이 부회장과 함께 삼성 계열사 부사장급 담당 임원 3명이 함께 귀국했다. 프랑스부터 8~9시간 가량 비행 탓에 다소 피곤해보였지만 첨단 기술확보 의지를 내비쳤다.

이 부회장은 “제일 중요했던건 ASML과 반도체 연구소에 가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헝가리 일정도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고객들도 만날 수 있었고 (삼성전자 전자의) 유럽 연구원들, 영업·마케팅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며 “몸은 피곤했지만 헝가리 배터리 공장, BMW 고객과 만남, 하만카돈도 갔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업계의 급격한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럽 시장을 직접 둘러본 소회와 유연한 조직문화, 인재 확보 의지도 내비쳤다. 이 부회장은 “한국에선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느껴졌다. 시장의 여러 혼돈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데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데려오고 조직이 그런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다음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도 기술같다.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출장 소회를 이토록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수차례 준비 중이라고 밝혔던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해 하이-NA 장비의 기술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최첨단 하이-NA EUV 장비 확보
공식적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의 유럽 일정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남(14일),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와 반도체 협력 방안 논의(14일), 루크 반 덴 호브 imec CEO와 만남(15일) 정도다.

이 부회장은 ASML에서 최첨단 기술의 집결체인 ‘하이(High)-NA’ 장비를 살펴봤다. 당장 내년 공급받을 EUV 장비 물량 확보를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하이 NA는 ASML이 내년부터 공급할 가장 진화한 EUV 장비다. ASML은 지난달 27일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하이-NA 스캐너는 3㎚ 공정 이후 매우 중요하며 2023년 완성될 첫 하이-NA 시스템을 imec 연구소와 고객사들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베닝크 CEO는 “우리는 3개의 로직 반도체 기업, 2개의 메모리반도체 기업으로부터 하이-NA 주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고객사는 삼성전자(파운드리, 메모리), TSMC, 인텔, SK하이닉스 혹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로 추정된다.

반도체 기업간 하이-NA 장비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2024년 받을 장비를 2021~2022년 확보하려고 예약금까지 먼저 낸 곳이 적지 않다. 인텔과 TSMC는 이 부회장에 앞서 하이-NA EUV 장비 도입 계획을 밝혔다.

펫 겔싱어 인텔 CEO는 지난해 7월 향후 5년간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며 “2023년 하이-NA EUV 장비를 인텔이 최초로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하이-NA EUV 장비를 도입해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 고객 확대에 활용할 계획이다.

TSMC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2022 기술심포지엄에서 “오는 2024년 하이-NA EUV 장비를 2나노 이상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벨기에 imec을 찾아 연구시설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삼성전자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한 첨단 반도체 장비 제조사다. 10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상 첨단반도체를 만드려면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수다. 하지만 연간 생산량이 40~50대에 불과해 이 장비를 적절한 시점에,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ASML의 EUV 장비 개발 단계부터 지원해 돈독한 관계를 자랑한다.

imec은 1984년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3국이 공동 설립한 유럽 최대 규모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다. 세계 95개국에서 모인 4500여 명의 연구자들이 미래 기술을 연구한다. 삼성전자가 고심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공정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꾀할 수 있다.

◇독일·프랑스 일정은 비공개…헝가리 배터리 공장 방문
첫 방문국이었던 독일과 귀국 전까지 머물던 프랑스에서도 비즈니스 일정이 이어졌다. 프랑스에서는 삼성전자 유럽법인 경영진으로부터 시장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과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구주총괄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유럽법인 경영진이 “TV, 스마트폰 등 완제품 수요가 당분간 좋지 않다”는 보고를 받자 “부품(DS)은 어떠하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유럽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TV도 유럽 시장에서 의미있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올초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물가 상승, 소비시장 위축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SDI 헝가리 배터리 공장, 하만카돈 사업장도 찾았다. 독일에서는 BMW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관련 협상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출국 당시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동행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