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오른다” 청약시장 ‘경고등’

자재가격 급등에 공사비 증액 요구 빗발
새 정부 '분양가 상한제 개편'과 맞물려
당분간 분양가 상승 '우려'
전문가들 "청약시장 침체 불가피…보완책 마련해야"

이철현 기자|2022/06/20 17:27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제공 =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공사비에 이를 반영하는 것을 놓고 조합과 시공자간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자재가격 인상은 앞으로 당분간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갈등 사례는 더 많아질 전망이다.

여기에다 최근 정부가 공사비 인상분 반영 등이 포함된 분양가 상한제 개편 방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하면서 아파트 분양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증액 이슈로 주목을 받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태에 이어 수도권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정비사업장이 늘고 있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장에선 시공사가 최근 공사비로 3.3㎡당 528만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공사비가 비싸다며 반대했고 최근 517만원에 합의했다. 하지만 물가 반영 기준이 문제로 남아 있다. 시공사는 계약서에 제시한 착공 기준일보다 실착공일이 늦어지면 지연되는 기간만큼 ‘건설공사비지수’ 인상분 만큼 공사비를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동대문구 이문4구역 재개발사업에서도 시공사가 건설공사비지수를 기준으로 물가 인상분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면서 조합과 시공사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재료와 세부 투입자원에 대한 물가변동을 추정하는 지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통계를 작성하며 공공 건설공사의 공사비 산정과 물가변동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시공사들은 그동안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기 위해 통계청에서 작성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활용했지만 자잿값 상승폭이 40~50%를 널뛰는 상황에서 연간 상승률이 4% 수준인 소비자물가지수로는 공사비 인상분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난해 6월 일반분양 당시 ‘10억 로또’로 화제를 모았던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도 시공사에서 공사비 인상을 위해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의뢰하기로 했다. 경기 성남 수정구 ‘수진1구역’과 ‘신흥1구역’도 최근 공사비를 올리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 개편 방안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공사비 인상과 그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한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안착을 위해 분양가 상한제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말하면서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조합이 공사비를 인상하는 대신 일반분양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보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분양가 상승이 집값 고점 인식 및 추가 금리 인상 등이 함께 작용하면서 청약시장에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분양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 개편으로 분양가가 상승하면 미분양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대출 규제 완화와 같은 보완책을 함께 제시해야 얼어 붙은 청약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