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징계’ 두고 쪼개진 국민의힘… 김종인 “냉정하게 판단해야”

이준석 징계 여부, 다음달 7일 재심의
김철근 징계절차는 개시
사실관계 나오지 않은 상황서 징계 부당하다는 지적도
'윤리위' 공방 배경, '이준석-친윤계' 당권 다툼
김종인 "징계시, 국힘 어려움 빠질 것"

천현빈 기자|2022/06/23 17:24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이병화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지난 22일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징계 여부와 수위를 다음 달 7일 재심의하기로 했다. 한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징계 절차는 개시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경찰 조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표를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 대표 징계를 두고 당이 반으로 갈라진 모양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날 회의가 끝나고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된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징계절차를 개시하기로 했고, 이 대표에 대해서는 다음 달 7일 이 대표의 소명을 들은 뒤 징계 여부와 수위를 심의·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당무감사위원장 출신으로 당시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활동하던 인물이다. 일각에선 이 윤리위원장이 결국 김 전 비대위원장의 의중대로 이 대표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리위는 이양희 윤리위원장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회의엔 8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을 비롯해 김민호·김윤정·박기성·박진호·양윤선·유상범·장영희 윤리위원이 참석했고, 하윤희 위원만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의 3분의 2 이상은 당외인사로 박기성·김윤정 위원은 변호사이며 박진호 위원은 방위사업추진위 위원, 김민호·하윤희·양윤선 위원은 대학 교수다.

이 대표 징계 여부를 둘러싼 당내 입장이 나뉜 가운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 징계가 확정되면 국민의힘이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젊은 당대표가 돼서 국민의힘이 ‘과거와 달리 변할 수도 있구나’하는 기대감을 줬다”며 “(이 대표를 징계하면) 다음 총선을 기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2년 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상황판단을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어떠한 징계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성상납 자체가 없었고 따라서 증거인멸도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경찰 수사가 이를 입증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최소한의 객관적인 사실 여부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윤리위가 소집되자 친윤계가 이준석 때리기 국면을 주도하고 있다는 배후설도 나온다. 이러한 ‘윤리위 공방’은 이 대표와 친윤계 간 치열한 당권다툼 때문이란 분석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당 윤리위가 이 대표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고 있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김 최고위원은 23일 KBS 라디오에서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성상납 의혹을) 판단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본다”며 “수사 결과 없이 당대표를 징계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리위가 바로 징계절차를 개시할 것이 아니라 당무감사실에 조사를 요청해 수사기관과 별도로 당 자체에서 진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조사를 실시하는 게 먼저”라며 징계절차 개시가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했다. 오신환 전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민주적 절차로 국민과 당원이 뽑은 당대표를 9명의 윤리위원이 탄핵하는, 정치적 불순한 의도를 가진 쿠데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