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신설 두고 지휘부-현장 깊어지는 골

일선 경찰관들 삭발, 단식에 이어 삼보일배
현장 의견수렴…경찰들, 집단퇴장·근조화환 등으로 '반발'

박지숙 기자|2022/07/12 19:30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으로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구 경찰청을 찾은 12일 오후 일선 경찰들이 보낸 경찰국 신설 반대가 적힌 근조화환 20여 개가 대구 경찰청 정문에 늘어서 있다. /연합

행정안전부(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철회를 주장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과한 집단행동’을 지적하며 직접 만류에 나섰지만, 오히려 ‘기름을 부은 격’으로 조직적인 반발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12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연합체 회장단에 따르면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경찰국 신설 추진 반대 기자회견을 한 후, 삼보일배(三步一拜)에 나선다. 삼보일배에는 연합체 회장단 10여명이 참여한다. 연합체 회장단은 이어 오는 14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는 기자회견과 피켓시위를 할 계획이다.

전국직협연합체 회장단은 “경찰국 신설 추진에 반대하는 의식을 하며 그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전국직협연합체는 경찰 지휘부가 앞장서 행안부의 경찰 통제안이 경찰의 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일선 경찰관들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해 경찰국 신설 등을 막아야 함에도,  오히려 정부의 눈치를 보며 일선 경찰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국의 일선 경찰관들은 지난 4일부터 행안부 ‘경찰국’ 신설 등 경찰 통제안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 및 단식 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에 윤석열 정부 첫 경찰청장 후보자로 내정된 윤 후보자는 지난 11일 경찰 내부망에 서한문을 올려 “국민께서 과도하다고 느끼는 방식의 의사표현이나 집단적 행동은 국민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경찰들은 윤 후보자의 글에 댓글을 달았다가 삭제하는 방식으로 항의하고 있다. 
 
◇경찰지휘부·행안부, 현장 의견수렴…경찰들, 집단퇴장·근조화환 등으로 '반발'
경찰 지휘부는 최근 일선 경찰의 반발을 수습하기 위해 전국 시.도경찰청을 찾아 의견수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의견 청취 자리가 결렬되는 등 내부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이형세 경찰청 외사국장이 경찰국 신설 관련 경기남부경찰청 직협과 직원 등을 상대로 지난 11일 간담회 열었지만 ‘지휘부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 국장이 답변을 피하자, 참석자들이 집단 퇴장하는 일도 빚어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국장을 비롯해 경기남부청 직협 회장단과 관계자 70명가량이 참석했다. 

이강구 경기남부청직협 회장은 “당초 간담회를 거부하려다가 의견을 듣고 논의하는 자리를 가져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참석했는데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겠다면 대체 왜 방문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경찰 지휘부가 경찰국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역시 시도경찰청을 찾아 간담회를 열고 있지만 경찰들은 '정권 통제'가 아닌 '국민 통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영남권 경찰직협을 만나기 위해 대구경찰청을 찾았지만 직협은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을 만들어 경찰을 통제할 필요가 없다"고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이준기 대구 강북경찰서 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참석자 대부분이 반대 의견을 전했다"면서도 "행안부가 여론 수렴 내용을 충분히 반영해 15일 구체적인 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는데 그 발표가 이미 정해진 대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날 대구경찰청 앞에는 '경찰국 신설은 곧 경찰 조직의 퇴보'라고 적힌 근조 화환 20여개가 놓여졌다.

앞서 강원경찰직협 역시 현장 의견수렴을 위해 찾은 한창섭 행안부 차관이 경찰국 신설에 대해 “경찰업무 조직 신설은 법이 정한 공식적 권한 행사”라고 밝히자, ‘경찰의 민주적 통제는 국민이 해야 합니다’라고 적힌 검정 마스크를 쓴채 항의했다. 최두영 강원경찰직협회장은 “행안부에 (경찰국이) 설치되면 정치권력에 의한, 정권의 독재로 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국민의 통제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경찰청 주무관 등 행정직 직원들도 전날 ‘행안부 경찰 장악 졸속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천막농성과 1인시위에 돌입했다. 

한편, 행안부는 오는 15일 경찰국 신설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경찰 지휘부는 오는 13일까지 전국 시도경찰청을 돌며 현장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설명하기보다 듣는 데 방점을 두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휘부가 경찰국 신설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 일선 경찰관들의 내부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직협 한 관계자는 “현 경찰 지휘부가 새 정부에서 대부분 임명되다보니 경찰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행안부가 경찰국을 신설하고 경찰의 인사‧감찰‧징계권까지 가지면 경찰은 정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결국 수사에 영향을 미쳐 국민에게 피해가 간다. 이제 국민 속으로 들어가 제대로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