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군 주민은 ‘진인사대천명’이 아닌 ‘진인사대헬기’

울릉도, 응급환자 발생 시 헬기지원 없으면 함정 후송, ‘골든타임’ 확보 어려움
주민, 아픈 것도 기상상황 보면 아파야 한다고 푸념
관광객 증가 위해선 응급시스템 개선해야

조준호 기자|2022/07/17 10:46
울릉주민이 동해해경의 도움을 받아 후송되고 있다./조준호 기자
경북 울릉도에서 심근경색 증상을 보인 50대 남성이 간신히 육지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17일 울릉군보건의료원에 따르면 주민 A씨는 지난 15일 밤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보건의료원을 찾았다. 보건의료원은 심근경색 증상으로 판단하고 119특수구조단과 해군, 해경 등에 대형병원 헬기 후송을 요청했으나 이들 기관은 모두 기상 상황을 이유로 후송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이날 울릉도 인근은 파도 0.5~1m와 바람 4~6m/s 로 잔잔한 날씨였다.

A씨는 의료원에서 대기하다 2시간 30분이 지나 지원한 해경함으로 후송됐고, 8시간이 흐른 뒤에야 16일 오전 4시 54분께 동해 묵호항에 입항해 강릉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헌 울릉군보건의료원장은 "울릉도는 도서지방이라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이날처럼 헬기 지원이 안된다는 말을 전달할 때 낙심하는 표정을 보면 안타깝다.기관마다 사정이 있지만 환자들은 의료원에 하소연을 많이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민 B씨는 "울릉주민에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아니라 '진인사대헬기'"라며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가 8시간 지나서야 병원에 후송되는 응급체계는 의료진들이 이야기 하는 골든타임과 거리가 멀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민 C씨는 "울릉주민은 아픈 것도 기상상황 봐가며 아파야 하는 현실"이라며 "군은 100만 관광객 유치를 이야기 하지만, 현재 시스템으로 힘들다. 늘어나는 관광객과 주민들의 생명보호를 위해 응급수송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동해해경은 올들어 헬기 14건, 함정 7건 등 16일까지 모두 21건의 울릉도 등 도서지역 응급환자를 육지로 긴급 이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