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범 칼럼]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한국의 핵무장
전 특전사령관
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현 특수·지상작전 연구회 고문
2022/07/21 18:05
우리나라는 한미 상호방위 조약을 바탕으로 한미동맹을 안보의 중추로 삼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미국의 핵 억제가 쉽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노출되는 최악의 상황도 올 수 있다. 우리 국민 3분의 2가 독자적인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핵무기를 가진 러시아와 같은 국가를 재래식 전투력으로 제압하기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핵무기 보유국이 핵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전쟁을 수행하기도 어렵고 결정적 작전도 불가능하다. 이는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도발하거나 전쟁을 일으키면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지 보여준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하게 되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함은 물론 한미동맹이 끝장난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다.
탈퇴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비롯해 NPT 가입국에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가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절차의 시작은 국내여론의 결집인데 우리는 이미 이 단계를 넘었다. 이제부터는 우리의 입장을 세계에 알리고 정당성을 공고히 하는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 비확산주의자들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히더라도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그들에게도 우리 입장을 차근차근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한미군사 동맹은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특히 한국군과 미군이 실전적인 훈련이 가능하도록 한반도에서 사계절 사격장을 확보하는 것이 당면과제이다. 또한 한국군은 기본부터 갖추는 대비태세를 진행하고 보기 좋은 무기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NPT 조약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우리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핵무기가 필요한 이유는 누구를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야말로 핵무기의 균형을 이루어 억제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남북한이 핵 무장을 하면 결국에는 핵 감축협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 남북대화, 협상 그리고 화해와 한반도 비핵화로도 갈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려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며 전쟁예방의 핵심에는 남한의 핵무장이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핵무기 보유가 매우 위험한 일임을 미국은 잘 알고 있다. 핵무기를 평소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에서부터 핵무기 사용에 대한 지휘 결심 과정은 경험적인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이러한 부분을 도와주고 지원해 줌으로써 미국의 우방을 안전하게 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영향권에 계속 둘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나름의 미사일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한 것은 다행이다. 또한 핵추진 잠수함에 대한 해군의 노력과 구상도 시의적절했다. 핵무기 기술을 확보해도 이를 우리나라 땅의 어느 곳에 배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잠수함에 적재하여 멀고 가까운 바다에 잠항을 시켜서 억제력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북한은 이미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운용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다시 말해서 한반도 내의 모든 표적을 3분 이내에 공격할 수 있고 그런 의지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앞으로 5년 이내에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의 정확도와 파괴력을 확보할 것이며 이미 사거리는 확보한 상태이다. 지금부터 남한의 핵무장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