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통령과 휴가
이경욱 대기자
2022/08/08 17:33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기간 수시로 휴가를 즐긴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의 개인별장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가 주 휴가지였다. 트럼프는 평소 '성공한 사람은 휴가를 가지 않는다'고 으스대며 다녔다고 한다. 그런 그였지만 장기 휴가는 물론이고 짧은 기간이라도 필요하다면 곧바로 휴양지로 날아가 쉬곤 했다. 미 대통령의 경우 전 세계 현안을 놓고 신경을 써야 하기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그래서 평소의 소신을 접고 휴가를 떠났을 것이다.
미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미 해군이 관리하고 해병대가 경비를 책임지는 곳이다.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로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통한다. 이곳으로 휴가를 떠나는 미 역대 대통령 소식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휴가길 미 대통령 가족의 모습이 가끔 외신을 타고 우리에게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세간의 시선을 피해 마음 놓고 갈만한 휴가지는 그리 많지 않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휴양지가 얼마나 될까. SNS가 그의 동선을 완전히 놓칠 리 없기에 더욱 그렇다. 그가 대한민국의 최정점(崔頂點) 리더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갖고 있을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현안에서 벗어나 피하고 싶은 순간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잠시나마 생각할 시간을 갖기를 간절히 소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휴가 소식을 전하는 언론 보도에 붙은 댓글은 차마 입에 담기가 어려운 글들이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그 댓글을 봤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마음이 불편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야당도 쉼 없이 공세를 퍼부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다림 아닐까. 검찰총장을 거쳐 정계 입문 후 곧바로 대통령 당선이라는, 우리 정치사상 초유의 길을 걷고 있는 정치 초년생인 그에게는 잠시의 쉼이 필요했을 것이다. 쉬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연극을 보면서 틈틈이 국정도 그려보고 편한 사람들과 만나 세상의 얘기를 들어보는 그런 시간이 필요했을 터였다. 취임 100일도 채 안 된 그를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려주는 여유가 우리에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