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부자 나라들, 기후재해 직면한 국가에 배상해야”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2022/09/05 15:22
'전례없는 재앙같은 홍수'로 인해 침수된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 한 마을의 모습./제공=AFP·연합
최악의 홍수로 시달리고 있는 파키스탄이 기후변화의 주범인 선진국들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개발도상국이 지구온난화에 적응하도록 돕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은 "부유한 국가들이 기후재해에 직면한 국가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구온난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히는 파키스탄에서는 올해 최고 기온 53도를 기록한 폭염이 네 차례 이어진 후 곧바로 재앙에 가까운 홍수가 덮쳤다. 이번 홍수로 파키스탄에서는 약 1300명이 사망하고 최소 3300만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파키스탄 전체 식량의 절반을 생산하는 신드주(州)에서는 농작물의 90%가 파괴됐고 200개 이상의 다리와 4800㎞ 가량의 통신선도 망가져 식량위기도 가시화되고 있다.

전례없는 재앙같은 홍수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강해지고 불규칙해진 몬순이 멈추지 않고 쏟아낸 집중호우로 꼽힌다. 지난달 파키스탄의 일부 지역에는 평년보다 500~700% 많은 비가 쏟아졌다. 레만 장관은 "사람들이 자연재해라고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움찔한다"며 "지금은 인류세(Anthropocene: 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를 일컫는 말)다. 이번 사태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재앙이다"라고 말했다.
레만 장관은 4일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과 같은 국가를 강타하는 기후재앙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전 세계 탄소 배출량 목표와 배상금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북반구 선진국들이 화석연료로 산업혁명을 이루는 등 경제성장 과정에서 비롯된 결과물인데 기후위기에 거의 책임이 없는 파키스탄 같은 남반구의 개도국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유한 국가들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주장한 레만 장관은 "스스로 회복하기 위한 기반시설을 구축할 수도 없는 적도 인근 국가들에게 (선진국의) 무책임한 탄소 소비의 타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하는 기후 방정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파키스탄이 차지하는 비율은 채 1%가 되지 않는다. 미국(21.5%)이나 중국(16.4%)과 같은 국가들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촉발된 기후위기에 직면한 것은 파키스탄과 같은 남반구 개도국이 대부분이다. 레만 장관은 이 국가들이 "배상금도 받지 못한 채 손실과 피해를 입고 있다"며 "예상보다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남반구 국가들의 손실과 위험은 제27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7)에서 논의하는 의제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